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현대로템(064350), LIG넥스원(079550) 등 방산업체가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은 주요 사업 입찰에서 경쟁자에게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7월 이후 사장이 공석인 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KAI 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일부 인사가 고사하는 등 적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KAI 사장 자리는 2022년 9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강구영 전 사장이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7월 1일 사임한 이후 공석이다. 현재는 차재병 고정익 부문장 겸 부사장이 대행을 맡고 있다.

지난 7월 제1회 방위산업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차재병(오른쪽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직무대행,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이사,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뉴스1

업계에서는 수장 공백이 완제기 수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KAI는 최근 1조원 규모 UH-60 블랙호크 헬기 성능 개량 사업과 1조7775억원 규모의 한국형 전자전기 수주전에서 잇따라 대한항공(003490)·LIG넥스원(079550) 컨소시엄에 밀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CEO가 없는 상태라 중동 지역의 수리온, 페루·이집트의 FA-50 등 큰 수출 사업은 진행되기가 어렵다. 올해 수주 목표는 맞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AI 노동조합은 지난 8월 성명을 내고 "KF-21 양산 준비, FA-50 수출, 수리온,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등 핵심 사업이 줄줄이 늦춰지고 있으며, 수천억 원 규모의 수출 협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해 현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대규모 투자와 같은 주요 의사 결정이 이뤄지기 위해선 신속한 사장 임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대행의 역할은 관리 정도로, 대규모 투자를 비롯한 큰 의사 결정은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CEO 장기 공백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수출입은행장과 방사청장 인사가 선행돼야 해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KAI의 최대 주주는 수출입은행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관 전경. /KAI

KAI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겪어 왔다. 역대 8명의 사장 중 내부 승진은 하성용 전 사장뿐이었고 군 출신은 두 명이었는데, 그나마 한 명은 육군 출신이었다. 사장들은 대부분 정권이 바뀌면 교체됐고, 하 전 사장은 정권 교체 직후 인사 비리 혐의로 사퇴했고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KAI는 수출입은행이 26.41%, 국민연금이 8.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정부 지분이 약 35.24%에 달하는 '반(半)공기업'의 성격을 지닌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KAI 민영화에 대한 질의에 "K방산이 날개를 달고 있는 상황에서 KAI가 제 몫을 못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굉장히 아프게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