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천궁Ⅱ의 체계종합업체 LIG넥스원(079550)이 발사대와 레이더를 개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시스템(272210)과 협의 없이 이라크와 수출 계약을 맺으면서 불거진 갈등이 27일 최종 봉합됐다. 이에 따라 3조7000억원 규모의 천궁Ⅱ 수출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한화시스템은 이날 LIG넥스원과 천궁Ⅱ의 이라크 수출을 위한 부품 계약을 최종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한화(000880)그룹 방산 2사는 발사대와 다기능레이더(MFR·Multi-Function Radar) 등 총 1조4770억원 상당의 부품을 LIG넥스원에 공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한화시스템은 8600억원 규모의 MFR 납품 계약을, 한화에어로는 3880억원의 발사대 계약을, 2290억원의 발사관 및 구성품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서해지역에서 열린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에서 작전요원들이 천궁Ⅱ의 발사를 준비하기 위해 출동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한화그룹 방산 2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납품했던 천궁Ⅱ 수출 모델을 이라크 상황에 맞춰 개량한 뒤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수출을 위해 국내 기업과 함께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수출국의 방공 역량 강화는 물론 대한민국 국가 경쟁력과 국익 증진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이라크 수출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LIG넥스원과 한화 측의 갈등이 시작된 건 지난해 9월이다. LIG넥스원은 한화 측과 납품 가격, 납기 날짜를 합의하지 않은 채 이라크 정부와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당시 한화 측은 합의 없이 진행돼 납품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에 이라크 수출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국회와 방위사업청이 중재에 나서면서 '원활한 수출'에는 각 사가 지난해 11월 동의했다.

천궁Ⅱ. /LIG넥스원 제공

LIG넥스원은 체계통합 업체가 수출 협상을 주도해 온 관례가 있고, 미사일이 표적을 타격하는 핵심 기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었고, 한화 측이 천궁Ⅱ 개발에 두 회사가 참여해 비중이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협상은 평행선을 달린 바 있다. 다만 이날 계약 체결로 갈등이 완전 봉합되면서 이라크 수출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천궁Ⅱ의 이라크 수출 물량과 납기 등은 이라크 요청으로 비공개다.

천궁Ⅱ는 국산 미사일 방공 시스템이다. 적 항공기나 미사일 같은 공중 목표물을 탐지해 미사일로 격추하는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무기다. 최대 요격 고도가 15㎞로 미국 패트리엇(20㎞)보다는 낮다. 하지만 미사일 한 발 가격이 미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라크 수출 전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수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