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부진한 실적을 냈던 SK이노베이션(096770), 에쓰오일(S-Oil(010950)),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3분기에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주요 산유국의 석유 공급 차질로 국제 정제 마진이 급등한 영향이다.
2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달 31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한 19조5260억원, 영업이익은 2544억원으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다음달 3일 실적을 발표하는 에쓰오일은 3분기 매출액 추정치가 전년 동기 대비 7.3% 줄어든 8조1968억원, 영업이익은 2504억원으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어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정유사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 마진은 이달 들어 배럴(158.9리터)당 13달러 선까지 올랐다. 정제 마진은 석유 제품 판매 가격에서 원유 구매비 등을 뺀 값으로, 정유 업계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정제 마진은 올해 초 경기 둔화 여파로 5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상반기(1~6월)에 총 1조3511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보통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제 마진이 오르는 배경으로는 러시아, 미국, 중동 등 주요 산유국의 공급 차질이 꼽힌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8월 러시아 정유 시설을 타격했고 이후 러시아의 하루 정제량은 2022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인 500만 배럴까지 떨어졌다. 이는 과거 8월 평균 생산량보다 7% 낮은 수준이다.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 셰브런 정유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생산량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내 주요 정유 공장 가동률이 줄면서 석유 제품 공급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정유업계는 3분기 실적이 개선돼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본다. 미국 관세, 미·중 무역 전쟁, 중동 원유 공급 과잉 등 국제 유가가 하락할 요인도 많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 정유사가 미리 확보해 둔 원유의 재고 평가 손실이 커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원유 재고 급증으로 올 4분기(9~12월)에 유가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아직 3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정제 마진이 오르면서 최악의 시기는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가 전망이 좋지 않고, 관세 협상도 남아 있어 여전히 불확실한 게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