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000880)그룹 부회장이 '레드백(Redback) 세일즈'를 위해 폴란드를 거쳐 루마니아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루마니아는 4조원대 보병전투차량(IFV·Infantry Fighting Vehicle) 입찰을 추진하고 있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 수출 가능성이 있다. 루마니아는 이미 K9을 수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지난해 7월 K9 자주포 54문·K10 탄약 운반차 36대 등 1조4000억원 규모의 '자주포 패키지'를 계약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폴란드를 찾아 국방 관련 고위 관계자를 만난 뒤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Bucharest)로 이동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방산 분야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루마니아를 방문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 특사단과 함께, 일리에 볼로잔(Ilie Bolojan) 루마니아 총리와 비우 이오누츠 모스테아누(Liviu-Ionuş Moşteanu) 국방부 장관을 예방했다.
강 비서실장은 이날 만남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번 출장길에는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도 함께 했다. 한화 대표단은 미르체아 아브루데안(Mircea Abrudean) 상원의장을 만났다.
정부는 '방산 4대 강국'을 목표로 루마니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0일 라두 디넬 미루처 루마니아 경제부 장관을 만나 레드백과 현대로템(064350) K2 전차에 대한 관심을 요청했다.
현재 루마니아는 노후화된 소련제 장갑차를 대체하기 위해 궤도형 보병전투차량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물량은 약 246대로, 사업 규모는 약 25억~30억유로(약 4조1500억~4조98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번 계약에는 차량뿐 아니라 훈련 시뮬레이터와 초기 군수 지원이 포함된다. 여기에 2031년 이후 예비·전략 비축으로 50여 개를 추가 도입하면 물량이 총 300대로 늘어날 수 있다.
한화는 이번 사업에서 독일 라인메탈(Rheinmetall), 영국 BAE 시스템즈(BAE Systems),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 유러피언 랜드 시스템즈(General Dynamics European Land Systems) 등과 경쟁하고 있다.
한화의 강점은 빠른 납기와 현지 생산이다. 한화는 K9과 K10의 현지 생산을 위해 내년 1분기 현지 공장을 건설한다. 이곳에서는 K9과 K10이 생산되고, 레드백 수출에 성공하면 레드백도 현지에서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후 김 부회장은 노르웨이 오슬로로 이동해 K방산·조선 세일즈를 펼칠 계획이다. 노르웨이는 K9 자주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방비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또 한화는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르(Equinor)가 추진하는 1조 38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사업 수주도 추진하고 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루마니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회원국이라 유럽 무기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지만, 빠른 납기와 가격 등을 고려하면 한화도 충분히 수주 가능성이 있어 김 부회장과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