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전 세계 철강 업계가 수익성 악화로 고심하는 가운데, 이번 주 열리는 중국의 4중전회에서 철강 감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세계 조강(가공되지 않은 강철)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감산 여부가 전 세계 철강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되는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 안건으로 '공급 과잉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라는 주제가 포함됐다. 공급 과잉을 야기한 보조금이 가장 많이 지급되는 산업 중 하나가 철강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철강 보조금은 비(非)OECD 국가보다 5배, OECD 국가보다 10배 이상 많다.
중국은 올해 주요 정치 행사 때마다 철강 감산 의지를 밝혀왔다. 지난 3월 열린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철강 감산을 언급했고, 7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도 기업의 무질서한 경쟁을 관리하겠다며 감산을 시사했다. 지난달에는 공업정보화부를 포함한 4개 정부 부처가 "성과 개선, 수급 균형 개선, 산업 구조 최적화를 바탕으로 연평균 약 4%의 부가가치 생산량 증가율을 목표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일련의 감산 조치 예고에도 본격적인 감산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누적 철강 생산량은 5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고 7월까지는 3.1% 감소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9월까지 누적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백재승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올해 생산량은 전년 대비 줄긴 했지만 가격이 오르지는 않았다. 정부 주도로 기업이 생산을 줄였다기보다 수요가 좋지 않아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며 "생산이 더 줄어야 가격이 회복되고 시황이 다시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철강 수요 부진이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았던 약 10년 전과 닮았다고 본다. 당시에도 중국은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나서 1억~1억5000만톤(t)의 감산 계획을 밝히며 철강업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백 연구원은 "2015년 중국 철강 산업은 지금처럼 부진했고 2016년 13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시기에 철강 구조조정 방안을 포함시켰다. 이번 15차 5개년 계획에도 철강업 구조조정과 감산 계획이 포함돼 본격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감산이 현실화하면 국내 철강사의 수익성은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POSCO홀딩스(005490),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460860) 등 국내 철강사는 중국의 저가 철강재 유입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전보희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도 공급 과잉 이슈를 계속 가져가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전체 조강 생산량(약 10억t)의 5%인 5000만t으로 감산 목표를 설정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철강 업계도 숨통이 조금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