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조선업을 국가 전략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막대한 정책 자금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도는 조선업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숙련된 해외 파트너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은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 건조에 강점이 있고 인도와 안보 문제가 없어 최적의 파트너로 꼽힌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사는 인도 조선사와 협력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말 인도 정부는 조선업 육성을 목적으로 6972억5000만루피(약 11조2800억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승인했다. 조선사 금융 지원, 조선업 클러스터 조성, 선박 기술 센터 설립 등에 막대한 자금이 풀릴 예정이다.
인도 정부는 국내 조선사에 러브콜을 보냈다. 인도는 중국과 히말라야 접경 지역에서 수십 년째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어 영토 분쟁, 군사적 긴장이 없는 한국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인도 고위급 정부 대표단은 HD현대중공업(329180), 삼성중공업(010140), 한화오션(042660) 사업장을 연이어 방문하며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인도 진출로 새로운 시장 확보, 선박 기자재 수출, 인력난 해소 등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7월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 포괄적 협력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 같은 달 한화오션은 북부 지역에 글로벌 엔지니어링 센터를 열었고, 여러 협력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삼성중공업은 인도 북서부에 있는 스완조선소와 조선·해양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인도는 풍부한 노동력,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기반으로 조선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는 중국 조선업이 성장해온 경로와 비슷하다. 일각에서는 인도가 언젠가 한국의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작년 기준 인도의 전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은 0.06%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인도 조선사들은 낮은 가격을 내세워 소형 컨테이너선을 주로 수주하고 있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인도 입장에서 한국 조선사는 군사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으면서 자국 조선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최적의 파트너"라며 "신규 투자, 인력 양성 등 여러 진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