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로 유엔 내 국제해사기구(IMO)가 추진하던 해운 온실가스 감축 종합 계획 채택 논의가 1년 연기됐다. 공식적으로는 표결을 1년 연기한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하는 동안 해당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운업계는 비용 부담이 줄어 안도하는 모습이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IMO는 영국 런던 본부에서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를 열고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 조치' 채택 여부를 논의한 끝에 결정을 1년 연기하기로 했다. 채택을 반대하던 사우디아라비아가 1년 연기안 투표를 제시했고, 57개국이 찬성했다. 반대는 49개국이었다.

이달 14~17일 영국 런던 국제해사기구(IMO) 본부에서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가 열렸다./IMO 제공

IMO는 국제 해운 분야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넷제로 프레임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승인되면 5000톤(t) 이상 국제 항해 선박은 2027년부터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받을 예정이었다. 선박의 연료유가 온실가스 집약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운항 시 부과금을 내는 내용이다.

1년 연기안을 제시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수요 감소를 우려해 이번 조치에 반대해왔다. 반면 조선업에 강점을 가진 중국은 친환경 선박 수주 증가를 예상해 조치를 찬성했다. 한국 IMO 대표단을 맡고 있는 해양수산부는 회의에서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거세게 반발하며 이번 조치에 찬성하는 나라에는 관세 부과, 비자 발급 제한, 미국 입항 금지 등의 보복을 예고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연기 결정 후 소셜미디어(SNS)에 "또 하나의 큰 승리다. 트럼프 대통령 리더십 덕에 유엔의 막대한 세금 인상을 막았다"고 게시했다.

국내 해운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국내 해운사의 친환경 선박 비율은 현재 5.9%에 불과하다. 선대 규모가 크고 국제 항해를 많이 하는 HMM(011200), 장금상선, 팬오션(028670) 등은 친환경 선박 도입·개조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할 상황이었다.

지난 2023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IMO의 중기 조치가 도입되면 국내 해운업체(95개사 1094척 기준)는 연간 최소 1조700억원에서 최대 4조8916억원의 탄소 부담금이 부과될 것으로 추산했다. 탄소 부담금은 온실가스 배출량 1t당 일정한 세금(가격)을 매기는 제도인데, 탄소량에 세율을 곱해 산출한다. 아직 탄소 가격이 정해지지 않아 탄소 부담금 예상 범위가 넓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사기극이라 주장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에는 IMO의 중기 조치가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당장 시간을 벌긴 했지만 탄소 감축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 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