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극 항로 개척을 위해 핀란드에 쇄빙선을 발주하면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서 한국 조선업계가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화물을 운송하면서 얼음까지 깰 수 있는 쇄빙 LNG선에 특화돼 있고, 핀란드는 단순히 얼음만 깨는 쇄빙선을 주로 만든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파이프를 부동항(얼지 않는 항구)까지 연결해 LNG를 운반하면 핀란드 쇄빙선이 더 적합할 수 있다.

19일 재계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아직 한국에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위한 쇄빙선 입찰 여부를 묻지 않고 있다. 한화오션(042660)삼성중공업(010140)은 세계 정상급 쇄빙선 건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세계 최초로 쇄빙 LNG선을 개발했고, 러시아 북극권 야말 프로젝트에 투입된 쇄빙선 21척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도 2005년 세계 최초로 양방향 쇄빙 유조선을 수주했다.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 시절 인도한 쇄빙 LNG선. 북극해의 빙하를 뚫으며 운항하고 있다./한화오션 제공

미국은 핀란드에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용 쇄빙선을 발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가진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핀란드 쇄빙선 11척을 구매한다고 밝혔다. 총비용은 61억달러(약 8조7000억원)로 추산된다.

핀란드는 쇄빙선 선진국이다. 지난해 기준 세계 쇄빙선의 약 80%는 핀란드가 설계했고, 대부분 핀란드에서 생산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핀란드가 극지에 있다 보니 항로 개척을 위한 쇄빙선 산업이 발달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하고, 이를 파이프라인으로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까지 나른 뒤 액화해 아시아 등으로 수출하는 것이다. 알래스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807마일(약 1297㎞) 구간에 파이프라인을 설치하고 액화 터미널 등 인프라(기반 시설)를 건설해야 하는데, 초기 추산 자본만 450억달러(약 64조원)에 달한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알래스카에서 직접 천연가스를 배에 싣고 나온다면 한국의 쇄빙 LNG선이 적합하겠지만, 파이프라인으로 천연가스를 나른다면 얼음만 깨는 핀란드의 쇄빙선만 있어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밝혀진 사업 구조로는 한국 조선 산업과 큰 연관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엑손모빌 등은 2016년에 이미 투자를 철회한 바 있다. 미국 에너지 컨설팅 기업 라피단의 알렉스 먼튼 애널리스트는 800마일 파이프라인 건설 비용을 제외하고도 2단계에 600억달러(약 85조원)가 든다고 분석했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쇄빙선과 같은 특수 선박은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아 발주처가 못 가져가면 다른 곳에 팔기도 쉽지 않다. 선박을 발주해 놓고 사업이 어그러지는 경우가 있어 발주처의 자금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