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298040)이 전력 시스템 통합 설루션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 이달 중순 유럽 연구·개발(R&D)센터를 열고 본격적으로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력망 노후화가 심각한 유럽은 전력 인프라(기반 시설) 구축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17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동부 아른험 산업단지에 있는 효성중공업 유럽 R&D센터 개소식을 열었다. R&D센터는 2023년 설립돼 친환경 차단기 등 연구개발을 해왔으나 업계 관계자들과 최신 기술을 공유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뒤늦게 개소식을 열기로 했다. 조현준 효성(004800)그룹 회장은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판매처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덜란드 동부지역 아른험 산업단지에 있는 효성중공업 유럽 연구·개발(R&D) 센터. /효성중공업 유럽 R&D 센터 제공

R&D센터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육불화황(SF₆) 가스가 없는 친환경 가스절연개폐 차단기(SF₆-Free GIS) 개발에 집중한다. 가스절연개폐 차단기는 발전소·변전소에서 전력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쓰는 핵심 설비인데, 절연 과정에서 SF₆ 가스를 사용한다. 유럽은 단계적으로 SF₆ 가스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HVDC(초고압 직류 송전) 분야로도 연구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유럽은 효성중공업의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유럽 내 전력망 40% 이상이 송배전망 설계 수명인 30~40년을 초과한 상태여서 교체를 위한 전력 기자재 수요가 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전력망 문제 해결을 위해 2030년까지 5840억유로(약 960조원)의 전력망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낡은 전력망은 전력 손실률이 높고, 설비 고장 위험도 크다. 대규모 정전의 원인이 되거나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올해 스페인·포르투갈·프랑스 등 각국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해 사회 시스템 전반이 마비되기도 했다.

효성중공업은 전력 기자재 수요가 늘어나는 유럽에서 공급 계약을 줄줄이 체결하며 실적을 쌓고 있다. 영국·스코틀랜드·노르웨이 등에서 400kV(킬로볼트) 변압기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최근 독일에서는 국내 전력 기기 업체 최초로 현지 송전 업체와 초고압 변압기 및 리액터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전력망의 안정성과 효율을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장비들이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유럽에서 누적 수주액 1조원을 돌파했다. 상반기 기준 효성중공업의 전 세계 수주 잔고는 약 10조원이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전력 기기 업황이 호황을 맞으면서 미국·유럽·중동 등에서 영업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5조7099억원, 영업이익은 6068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16%, 영업이익은 67% 늘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