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화오션(042660)의 미국 자회사 다섯 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추가 조사와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을 시사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한화오션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며 "미국 및 일부 국가와 기업이 우리나라 해운·조선 등 산업 안전과 발전 이익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대해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히며 새롭게 조사가 이뤄질 것을 시사했다. 중국 교통운수부도 기업들이 '미국의 차별적 조치'를 실시·협조·지지한 행위가 존재하는지 조사하겠다면서 "후속으로 조사 상황에 근거해 적절한 시기에 상응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산업계는 중국이 조선업의 핵심 자재인 철강(후판) 수출을 금지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화오션(042660)을 포함해 HD현대중공업(329180), 삼성중공업(010140) 등 조선사는 전체 후판 사용량의 약 20%를 중국산으로 쓴다. 중국산 후판 가격은 국산보다 10~30% 저렴하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핵심 자재인 후판은 수익과 직결돼 공급망 다변화가 중요하다.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 타격이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후판 공급이 막히면 가격 경쟁이 치열한 중소 조선업체의 타격이 더 크다. 반면 국내산 철강 수요는 늘어 국내 철강 업계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중국은 지난 3월 23일 반(反)외국제재법 시행 규정을 마련해 중국에 대한 차별 조치를 제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구체화했다. '대(對)중국 차별적 조치'뿐만 아니라 '협조 지원하는 행위'까지 법적 제재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명문화한 것이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진실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제재에) 간접적인 방식으로라도 협조하거나 지원할 경우 반제재 조치가 부과될 수 있어 우리 기업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외국제재법은 제재 대상을 '중국의 주권, 안전 및 발전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실시·지원 또는 지지하는 외국 단체·개인'으로 규정하는데,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해석하기에 따라 미국에 투자만 한 기업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진실 위원은 "해석에 따라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법률을 일부러 (모호하게)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산업이든 추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세부 조항을 보면 소송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대미(對美) 투자를 한 기업은 다 대상이 될 수 있어 자동차·반도체·석유·철강 업계가 모두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재 대상 기업은 입국 제한, 자산 동결(중국 내 부동산, 기타 재산 압수, 구금 및 동결), 중국과 관련한 거래 금지 조치를 받게 된다.
진실 수석위원은 추가 제재 가능성에 대비해 방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한화 제재는 2021년 중국의 반외국제재법이 제정된 이후 비(非)미국계 대형 제조 기업에 대한 첫 제재 사례"라며 "정부는 국가 차원의 협의 채널을 가동하고 기업도 국가 간 제재에 대한 위험 조항을 넣는 등 방어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