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 발달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 발전이 주목받자, 가스터빈 후발 주자인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대체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 가스터빈 시장은 미국 GE 버노바(GE Vernova)·독일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일본 미쓰비시중공업(Mitsubishi Heavy Industries) 등 '빅3′ 업체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2029년 납품 물량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지난 13일 미국의 한 빅테크(대형 IT 업체)에 380㎿급 가스터빈 2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기업의 데이터센터 인근에 들어서는 LNG 발전소용 가스터빈 2기를 내년 말까지 공급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 수출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에서 대형 발전용 가스터빈을 만들고 있다./두산에너빌리티 제공

가스터빈은 LNG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 때 쓰는 핵심 동력 기관이다. LNG 발전은 석탄보다 탄소 배출이 적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다. 가스터빈은 분당 3000번 이상 회전해 높은 정밀도가 필요하다.

시장조사 업체 가스터빈월드(Gas Turbine World)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가스터빈 주문은 전년보다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수요가 늘면서 납기가 길어지고 가격도 올랐다. 미국에서는 일부 대형 모델의 납기가 최대 7년까지 밀리고, 가격은 배 이상 뛴 것으로 알려졌다.

GE 버노바의 가스터빈 수주 잔고는 29GW(기가와트), 슬롯 예약 계약(SRA·slot reservation agreements·생산 일정을 예약하는 계약)은 21GW에 달한다. 연말까지 10GW를 출하하고 20GW의 계약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미 2028년 인도 계약까지 체결이 거의 완료된 상황이다. 신규 가스터빈을 주문하면 2029년 이후 공급이 가능하다. 미쓰비시는 2027~2028년까지 SRA가 체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민호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가 2029년까지 글로벌 가스터빈 20기의 부킹 피(예약 요금)를 지불하면서 2029년까지 GE·지멘스·MHI 생산 능력은 포화 상태"라며 "미국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검증이 덜 됐음에도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구매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국내 산학연과 함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하며 세계 다섯 번째로 가스터빈 기술을 확보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8년까지 북미 데이터센터 개발사들과 10기 이상의 가스터빈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지역에서도 추가 수주가 전망된다.

두산은 국내에서 발전 공기업에 가스터빈을 공급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국내 점유율은 10% 안팎으로 상승했다. 최근에는 창원 본사에 터빈 제작·시험 설비를 갖추고 자체 기술로 개발한 380㎿급 가스터빈의 정격 부하(Full Speed Full Load) 시험에 성공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정비·부품 공급·업그레이드 등 사후 관리(MRO) 시장도 공략 중이다. 미국 자회사 두산터보머시너리서비시스(TMS)를 통해 북미 유지·보수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가스터빈의 수명은 30년 이상이라 유지·보수 시장은 본체보다 크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의 성장 속도가 전력 인프라(기반 시설) 확충 속도를 앞지르면서 LNG 복합 발전이 전력 수요를 충당할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