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4일(현지 시각)부터 중국 소유 선박, 중국산 선박,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중국 정부도 미국산 선박에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하기로 해 전 세계 해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해운사는 입항 비용 증가, 물동량 감소 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Office of the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는 중국 선사가 소유·운용하는 선박,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에 순톤수(여객·화물 수송에 사용되는 공간의 용적)당 50달러(약 7만1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외국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이 미국에 입항하면 순톤수당 46달러(약 6만6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선박당 부과 횟수는 연간 5회로 제한하고, 12월 10일까지 납부 유예 기간이 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맞서 14일부터 미국산 선박에 순톤당 400위안(약 8만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입항 수수료의 목적을 "중국 조선·해운 산업의 불공정 보조금 관행 억제와 자국 조선 산업 부활"로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자동차 운반선의 입항 수수료를 중국산으로 한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HMM(011200)을 비롯한 국내 해운사는 미국·중국산 선박의 보유 비율이 낮은 편이라 입항 수수료의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운송 비용이 늘면서 전체 물동량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입항 수수료처럼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면 추가 비용을 화주(화물의 주인)에게 전가해야 해 운임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자동차 운반 선사인 현대글로비스(086280)는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6월 말 기준 총 96척(자사선 35척·용선 61척)의 자동차 운반선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 중 30여 척을 미국 항로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으로 입항한 횟수는 170번, 전체 자동차 운반선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다.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자동차 운반선 중 중간 규모인 7000CEU(Car Equivalent Unit·자동차 환산 단위)급 기준 순톤수는 1만9000톤(t) 정도다. 이번 USTR 기준을 적용하면 해당 선박이 한 번 입항할 때마다 87만4000달러(약 12억5000만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연간 5회로 제한해도 437만달러(약 62억5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12월까지 유예 기간이 있어 입항 수수료는 당장 내지 않아도 된다. 미국으로 배를 어떻게 보낼지 효율적인 운항 관리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