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하원은 7월 20일(현지시각) 중국산 전략 수입품에는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100% 관세 부과 대상에는 항공기 엔진 부품, 민감 약품 보존에 사용되는 동결 건조기 등과 함께 농업·군사용 드론이 포함됐다. 전략 제품에 대한 대(對)중국 관세는 법 시행 후 180일이 지난 시점부터 10%, 2년 뒤 25%, 4년 뒤 50%, 5년 뒤 100% 등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미국이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DJI를 필두로 한 중국 업체 밀어내기에 나서면서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드론 산업에 중흥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중국에 눌려 기를 못 펴던 국내 드론 업계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시장 상황은 열악하지만,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해외 특허출원 등 의미 있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본사를 둔 볼로랜드는 그런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 중 하나다.
2021년 설립한 볼로랜드는 드론 핵심 부품·시스템·스테이션을 직접 설계하고 제조하는 스타트업이다. 볼로랜드는 드론 운용을 24시간 무인화할 수 있는 드론 스테이션을 개발했다. 볼로랜드의 드론 스테이션은 배터리 자동 충전 및 교체 기능, 정밀 착륙 유도 기능, 원격 모니터링 및 제어 기능을 갖추고 있어, 사람의 개입 없이도 드론을 24시간 운용할 수 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안성호 대표는 국내 최초로 드론 스테이션 실증 사업을 수행했고, 그동안 13건의 드론 분야 국책 과제 연구 책임을 맡은 바 있는 '드론 장인(匠人)'이다.
안 대표는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드론의 핵심 부품인 비행제어장치(FC)와 인공지능(AI) 에지 컴퓨터를 자체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국산 부품 비율 80% 이상의 드론을 1000회 이상 비행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토교통부 드론배송실증 최우수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서울 출장 온 안 대표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드론 사업을 하게 됐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비가 들지 않는 국립부산기계공업고 전기과에 진학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는데, 공군 부사관으로 4년 동안 군복무를 했다. 항공전자통신항법장비, 그 가운데에서도 전투기 정비가 주특기였다. 드론 제작에 필요한 전문성을 차곡차곡 쌓아온 셈이다.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다가 조선 업계로 이직해 15년 동안 선박 설계 일을 했다. 조선 경기가 좋아서 억대 연봉을 받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싶어서 IT(정보기술) 기업으로 이직했는데, 드론 개발도 하는 회사였다. 거기 4년간 다니며 드론 관련 업무를 하다가 나와서 볼로랜드를 창업했다."
' 볼로랜드'는 무슨 뜻인가.
"라틴어로 '하늘을 날다'는 뜻의 '볼로'와 '착륙하다'는 뜻의 '랜드'를 합쳐서 만들었다. 회사명처럼, 볼로랜드는 드론(기체)이 하늘을 날고 안전하게 착륙(스테이션)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울산광역시, 그중에서도 울주군에 본사를 두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회사의 핵심 인재 둘이 울산 출신이다(웃음). 울주군은 울산광역시의 다른 네 개 구보다 면적이 넓고, 세수(稅收)도 많다. 무엇보다 드론에 진심이다. 지난해 울주군의 'K-드론 배송 상용화 사업'에 단독으로 참여한 것이 국내에선 쉽지 않은 연간 1000회 이상 비행을 달성한 원동력이 됐다. 앞으로도 울주군을 떠날 일은 없을 것 같다."
울주군은 2024년 2월 국토교통부 공모 사업인 '2024년 드론 실증 도시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K-드론 배송 상용화 사업'을 추진했다. 국비 5억원과 군비 3억원 등 총 8억원을 투입해 배송 거점 3개소와 배달점 15개소 인프라를 조성했다.
드론 배송은 볼로랜드가 맡았다. 울주군은 국토교통부 주최 '2024년 드론 안전 및 활성화 지원 사업 성과 보고회'에서 K-드론 배송 우수 기관으로 선정돼 한국교통안전공단이사장상을 받았다. 볼로랜드는 비행제어장치, 위성항법체계(GNSS) 등 핵심 부품 국산화 공로를 인정받아 참여 기업 중 1위로 국토교통부장관상을 받았다.
드론 배송 서비스를 해 보니 어땠나. 돈벌이가 됐나.
"25㎏급 배송 드론 네 대로 해발고도 900m간월재 등 울주군 내 공원과 관광지를 중심으로 배송했다. 관련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국비 지원 사업이지만, 큰 수익을 내긴 어렵다. 1회 배송비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비싸지만, 기본 3000~1만원 정도다. 그런데 인건비에 배터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드론 배터리는 200~300회 사용하면 폐기하는데, 대당 가격이 100만원 정도다."
볼로랜드가 생산하는 드론 소개 부탁한다.
"대당 200만원 정도인 소형 드론에서 무게가 50㎏에 달하는 8000만원짜리 대형 배송용 드론까지 4~5 종류가 있다. 중간에 3000만~4000만원짜리 25㎏급 드론도 있다. 광섬유 케이블을 연결한 유선 드론도 있고. 앞으로 농업용 드론도 만들 계획이다."
유선 드론은 왜 필요한가.
"무선 드론은 배터리 때문에 비행시간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유선으로 연결하면 체공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스포츠 경기 중계나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케이블 길이를 100~200m에서 500m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군(軍)에서 통신 중계용으로 사용하려면 500m는 돼야 한다."
케이블 길이를 늘리는 게 그렇게 어렵나.
"길이와 함께 무게도 늘어나는데 드론이 그걸 지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케이블이 길어질수록 전압 강하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충전 속도가 느려질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케이블을 550m까지 늘릴 수 있다면, 드론으로 잠실 롯데월드타워 유리창 청소도 가능해질 것이다(웃음)."
볼로랜드의 자체 기술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볼로랜드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나린(순우리말로 '하늘에서 내려준'이란 뜻) FC'에는 비행 기록 삭제 기술이 탑재돼 있다. 군사 작전 시 드론 피탈에 따른 중요 정보 유출을 막는 데 필수적인 핵심 기술이다. 비행 및 임무 관련 중요 데이터를 담고 있는 메모리와 칩 등의 하드웨어를 고전압 소각, 화학물질 캡슐 폭발, 배터리 발화의 세 가지 물리적 방법으로 완전 폐기해 데이터 복구를 원천 차단한다. 국내 특허 등록을 마쳤고, 해외 특허출원도 진행 중이다."
미국의 중국산 드론 퇴출 움직임 속에 국내 드론 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까.
"미국 출장 중에 동맹인 한국의 드론 기업이 중국 역할을 일정 부분 대신해 주길 바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 바이든 정부 때도 미·중 갈등 완화 조짐이 보이지 않아 이런 시기가 오겠다고 생각해, 자체 부품·기술 개발 등 준비를 시작했다. 얼마 전 미국 농업용 드론 업체 힐리오와 농업 및 국방 분야 드론 시스템의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100대를 파는 것도 쉽지 않지만, 미국은 한 업체가 2000~ 3000대를 찾는 경우도 있다.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