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064350)이 주력 수출 품목인 K2 전차의 폴란드 생산을 담당할 현지 업체와 실무 협의를 시작하면서 현지화 절차에 돌입했다. 폴란드 내 공급망을 살펴본 현대로템은 폴란드를 K2 전차 유럽 생산 기지로 활용해 유럽 추가 수출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최근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 산하 부마르와 폴란드형 전차 K2PL의 생산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부마르 공장의 상태를 확인하고 K2 전차 부품 현지 조달을 위한 공급망 등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실질적인 생산을 위한 절차"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이와 별개로 국내에선 K2PL의 체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군도 운용 중인 K2 갭필러보다 성능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체계 개발에는 K2PL에 탑재하기로 한 능동 방어 장치(APS·Active Protection System) 트로피(Trophy)의 체계 통합 작업도 포함된다.
트로피는 적군의 대(對)전차 미사일과 대전차 로켓을 무력화하는 시스템으로 이스라엘 방산 업체 라파엘 제품이다. 폴란드에서 생산될 K2PL 61대에만 장착된다. K2 갭필러 물량에는 전파나 연막 등으로 공격을 무력화하는 소프트킬 방식의 장치가 탑재된다.
K2PL에는 원격 사격 통제 체계와 방호력을 높인 고강도 장갑 등이 장착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체계 개발 진행 정도에 따라 부품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기존 K2 전차의 경우 사격 통제 시스템은 한화시스템(272210), 무장 조립체(포신·자동 장전 장치 등을 포함한 포탄 발사 장치)는 현대위아(011210)가 만들었다. 전차의 장갑은 삼양컴텍이 제작했다.
현대로템이 폴란드에서 공장 설립에 준하는 투자를 단행하는 건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유럽 현지에 설비를 갖추고 일부 기술 이전이 마무리되면 긴급한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유사시 국내 공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물량을 담당할 수도 있다.
유럽연합(EU·European Union)의 방산 블록화의 문턱을 낮추려면 현지 생산이 필수로 꼽힌다. 방산 블록화란 내부 기업과의 방산 협력은 확대하고 외부 기업에는 높은 진입 장벽을 세우는 현상을 말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달 초 무기 공동 구매 대출 제도인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 예산 총 1500억유로(약 244조원)에 대한 회원국별 배분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 재무장 계획의 일환인데, 무기 부품의 65%를 EU 역내에서 생산해야 하는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조항이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재무장 계획은 불확실한 부분이 있으나 현지 생산은 불확실성을 지우는 카드가 될 것"이라며 "유럽 현지 업체와 기술 이전 등 방산 협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