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김성환 장관이 출범사에서 '기후', '탈탄소'를 강조하며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 조직의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후부는 국내 원전 정책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이관받았지만, 원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미국이 에너지 패권을 지키기 위해 원전을 강조하고 '기후변화', '탈탄소' 등을 금지어로 지정한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세종청사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기후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로 탈탄소 전환 로드맵 제시 ▲실효적인 탈탄소 전략 추진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체계 대전환 ▲탄소 중립 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 등을 약속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식에서 출범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장관은 출범사에서 '기후'라는 단어를 22회로 가장 많이 사용했고, 그다음으로는 탈탄소(11회)가 뒤를 이었다. 그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출범은 절박한 현실 속에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탄소 문명을 종식시키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탈탄소 녹색 문명으로 대전환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탈탄소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제거해 실질적인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김 장관은 재생에너지(7회), 지속 가능(5회), 녹색(5회), 대전환(5회) 등의 단어도 많이 사용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최근 미국의 움직임과는 정반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유엔이 주도해 온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저감 정책에 대해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 "녹색 사기(green scam)" 등 거친 표현을 쓰면서 "'탄소 발자국'은 악의적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꾸며낸 사기"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미국 에너지부(DOE·United States Department of Energy) 산하 에너지 효율 및 재생에너지국(EERE·Energy Efficiency & Renewable Energy)에서 '피해야 할 단어' 목록 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공무원들이 쓰면 안 되는 표현 중에는 '에너지 전환', '지속가능', '지속 가능성', '청정 에너지', '더러운 에너지', '탄소 발자국', '이산화탄소(CO₂) 발자국' 등이 있다. 이 지침은 내외부 소통에 사용되며 연방 정부 자금 지원 신청, 보고서, 브리핑 등에도 적용된다.

김 장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조찬 간담회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기 요금이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싼 발전원이 풍력과 태양광으로,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50~60원대로 내려왔다"며 "우리나라는 이것보다 비싸지만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도 전기 요금이 인상되지 않도록 하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풍력·태양광이 가장 싼 발전원이라고 했지만, 지난 8월 발전원별 정산 단가(구매 가격)를 보면 풍력, 태양광은 ㎾h당 116.3원, 123.8원으로 원전(80.7원)보다 44~53% 비쌌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 변동성이 크고 비싸다. 재생에너지를 많이 쓰면 원가가 비싸지는데, 전기 요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것은 한국전력(015760)의 적자를 확대하겠다는 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