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석유·천연가스 생산업체 하베스트(Harvest)를 인수하고 지금까지 총 8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했지만, 지금까지 회수한 돈은 투자금의 1%도 안 되는 505억원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공사는 부채와 이자 부담이 늘면서 2020년 이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1일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석유공사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09년 이후 올해 6월까지 하베스트에 대한 투자액은 총 62억9500만달러(약 8조8293억6700만원), 회수액은 3600만달러(약 504억9360만원)로 집계됐다. 투자 회수율은 0.57%다.
하베스트는 석유·천연가스 생산 광구를 보유한 캐나다 에너지 기업이다. 석유공사는 2009년 12월 하베스트를 40억7000만 캐나다달러(당시 약 4조원)에 인수했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지분 100%를 인수하는데 18억 캐나다달러(당시 약 16억 달러), 하베스트 부채를 떠안는데 22억7000만 캐나다달러를 투입했다. 또 그 해에 5억2400만달러를 추가 출자했다. 2009년에만 지분 인수와 추가 출자를 통해 21억24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이다. 하베스트는 오일 샌드를 생산하는 '블랙 골드' 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오일 샌드는 일반 유전과 달리 모래와 점토가 섞여 있어 고온·고압의 증기를 원유 성분이 함유된 모래층에 주입해 원유를 뽑아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일반 원유 생산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원유 가격이 높아야 수익이 나는 구조인데, 국제 유가는 2022년 3~7월 배럴(1배럴은 158.9리터)당 100달러를 넘기도 했으나 최근 1년간은 60~7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베스트 투자로 부채가 늘면서 이자 비용도 늘었다. 2021년 4177억원이었던 이자 비용은 작년에 566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311억원이었다. 석유공사는 "해외 석유 매장량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석유 개발 기업 인수·합병(M&A) 및 자산 인수를 확대했다. 이를 위한 외부 차입 증가로 2008년 이후 이자 부담 부채가 늘었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2022년, 1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3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작년에는 매출 3조5244억원, 영업이익 1조2734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부채가 크게 늘면서 2020년부터 작년까지 완전 자본 잠식(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이 음수인 경우) 상태에 빠져있다.
권향엽 의원은 "캐나다 하베스트 사업은 누적 회수율이 0.57%로 '밑 빠진 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최근 3년간 3조원 넘게 추가 투자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