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엑스(X) 등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사우디아라비아군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장갑차 '타이곤(TIGON)'을 운용하는 모습이 노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타이곤은 좌우로 6개의 바퀴가 달린 차륜형(바퀴로 구동하는) 장갑차로 소음과 진동이 적은 게 장점이다.

2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방산 전문 블로거 에스엠밀리터리(SMmiliitary)는 최근 자신의 X 계정에 '사우디 육군에 한국산 타이곤 6x6 장갑차 첫 등장'이라는 글을 올렸다. 글에는 사우디 국기를 매달고 서 있는 타이곤의 사진이 포함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장갑차 타이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튜브 캡처

타이곤 측면부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로 추정되는 사진이 부착됐다. 타이곤 뒤편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연장로켓 천무로 추정되는 차량의 모습도 보였다. 한화 측은 수출 여부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타이곤은 기동성과 방호력을 겸비한 6×6 전술 차량이다. 차량 중량은 약 22톤(t)으로 최대 11명이 탑승할 수 있다. 525마력급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고 시속 100㎞ 이상의 주행이 가능하다. 1회 연료 주입 시 주행 가능 거리는 약 800㎞에 달한다.

타이곤은 강화된 특수 부가 장갑(add-on armor)을 차체 전면 외에 하부에도 장착했다. 또 폭발 압력을 분산하는 설계를 도입해 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TNT) 8㎏ 수준의 지뢰 또는 폭발물로부터 승무원을 보호할 수 있다.

사우디군이 운용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장갑차 타이곤의 모습./SMmiliitary 엑스 계정 캡처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타이곤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타이곤 대전차 차량(TD·Tank Destroyer)을 개발하고 있다. 타이곤 TD는 700마력 엔진을 탑재한 8x8 형태의 8륜 장갑차로 대전차 유도 미사일인 '천검'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스페이스는 지난해 열린 사우디 방산 전시회(World Defense Show 2024)에서 타이곤과 함께 타이곤 TD를 공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 육군이 과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천무 다연장로켓을 구매할 때 소수의 타이곤을 지휘차 용도로 함께 구매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우디 국영 통신 SPA는 지난 2022년 사우디 국방부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천무 체계를 도입하는 8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조4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우디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 속 천무 다연장로켓./사우디 국방부 엑스 계정 캡처

최근 한화는 사우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동관 한화(000880)그룹 부회장은 지난 21일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해 압둘라 빈 반다르 사우디 국가방위부장관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지난 4일 리야드에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총괄 법인을 개소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국방비 지출의 50%를 현지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력 증강을 위해 장갑차·자주포·다연장로켓·방공 시스템 등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지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기술 이전 ▲공동 개발 ▲현지 생산 ▲합작 법인 등의 협력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중동 지역 수출과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