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가는 정기 컨테이너 운반선 가운데 중국산 선박의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 업계는 중국 선박에 대한 미국 무역대표부(USTR·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의 규제 영향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규제는 2028년까지 강화되기 때문에 선박 신조(新造·새로 만듦) 시장에서 국내 조선사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덴마크 해운 분석 전문 기관인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아시아~미국 서안 노선에 투입되는 중국 선박 비율은 지난 3월 30%에서 지난 22일 25%로 떨어졌다. USTR이 다음 달 14일부터 중국 해운사, 중국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가 미국에 들어올 때 순톤수(Net Tonnage·화물이나 여객 운송에 실제로 사용되는 용적을 나타내는 지표)당 5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면 11월에는 18%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사들은 미국 규제가 시작되기 전 선박을 미리 유럽이나 중남미 등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USTR이 부과하는 수수료는 점진적으로 인상돼 2028년에는 t당 140달러까지 오를 예정이다.
수수료가 부과되면 중국 선박 비율이 높은 선사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HSBC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COSCO 그룹은 입항 규제로 연간 22억달러(약 3조원)의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산 선박이 많은 유럽 선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주요 해운사의 중국산 선박 비율은 스위스 MSC 10.5%, 프랑스 CMA CGM 16%, 독일 하파그로이드 2.3%, 이스라엘 Zim 31.5% 등이다.
미국 수수료가 유지되면 이들 해운사가 향후 신규 선박을 건조할 때는 한국 조선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초 미국이 중국산 선박을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국내 조선사의 컨테이너선 수주가 늘어난 바 있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국내 조선사는 전 세계에서 발주된 컨테이너선 중 58척(점유율 23%)을 수주해 작년 전체 수주량(46척)을 이미 넘어섰다. 작년에 컨테이너선 405척(87.26%)을 수주했던 중국은 8월까지 221척(72.37%)을 수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운사 입장에서는 주요 항로인 미국 노선에 투입하기 어려운 선박을 갖고 있으면 선대 운용에 부담이 된다"며 "미국 규제가 계속되면 신조 시장에서 한국 조선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