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 수주를 놓고 정부와 여권이 엇갈린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은 두코바니 원전 계약을 "혈세를 축내는 적자 수주"이자 "노예 계약"이라고 비판하면서 계약 재검토까지 요구하고 있다. 다음 달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체코 원전 수주에 집중적인 질의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유엔총회에서 체코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 원전 수주에 대해 "체코 측이 한국 기업의 우수한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에 기반했다"며 성과를 자랑했다.

이재명(오른쪽) 대통령과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체코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두코바니 원전 사업을 비롯한 양국의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 협력이 원전을 넘어 반도체, 전기차, 방위산업 등으로 확대돼 호혜적으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총 사업비는 약 4천70억코루나(약 26조원)다. 두 정상은 국내 정치권이 제기하는 저가 수주 의혹과 웨스팅하우스와의 계약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체코는 자동차, 기계 등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의 23%를 차지해 한국(28%)과 비슷하다. 체코는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원으로 원전을 선택했다. 두코바니 원전은 2029년에 착공해 2038년까지 상업운전에 돌입하는 게 목표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이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도 "있는 원전을 잘 쓰고 가동 기한 지나도 안전성이 확보되면 연장해서 쓰고, 짓던 원전 잘 짓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잘 섞어 쓰는 에너지믹스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범 여권은 체코 원전 계약에 대해 "혈세 낭비"가 우려된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여권은 다음 달 국정감사에서 황주호 전 한수원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해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최근 정부 조직 개편으로 원전 산업 정책은 기후에너지부가, 원전 수출은 기존 산업통상자원부 담당으로 나누면서 수출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사업에는 많은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데, 이 기업들이 적자를 보면서 노예 계약을 맺었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며 "(이런 주장은) 전 세계에 원전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호(왼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무리한 체코원준수출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국회 정책영상플랫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