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자동차 산업을 신성장 전략 사업으로 지정하고 투자를 확대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현지 진출에 속도가 붙고 있다. 현대차(005380)그룹 등 완성차 기업을 따라 배터리·전장·소재 등 부품 업계의 동반 투자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26일 자동차 부품업계 등을 대상으로 자동차 산업 투자 설명회를 개최한다. 현대차를 비롯해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전기차 회사 루시드 모터스, 사우디 첫 전기차 제조사 시어모터스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 5월 열린 현대차 사우디 생산법인 (HMMME) 착공식에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현대차 제공

사우디 정부는 현대차, KG모빌리티(003620)(KGM) 등 국내 완성차 기업이 구체적인 현지 진출 계획을 제시한 가운데 부품사의 동반 진출 기회를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부품사의 현지 정착을 지원해 보다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합작해 사우디 첫 생산 공장(현대차 사우디 생산 법인·HMMME)을 짓고 있다. 지난 5월 사우디 자동차 제조 허브 '킹 살만 산업단지'에 착공했고, 내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 후에는 연간 약 5만대의 내연기관·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KGM은 사우디 국영 자동차 회사 사우디내셔널오토모빌스(SNAM)와 손잡고 KD(현지 조립형 반조립)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완공 시점은 내년이며 연간 생산량은 8000대에서 1만5000대까지 순차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국내 완성차뿐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기업의 현지 진출도 늘고 있다. 미국 전기차 기업 루시드모터스는 사우디 투자부(MISA)와 PIF 지원으로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 공장을 운영 중이고 2023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향후 연간 생산 능력을 15만5000대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사우디 첫 전기차 제조사 '시어'(Ceer) 모터스 로고. /시어 홈페이지

PIF가 대만 폭스콘과 손잡고 만든 사우디 첫 전기차 제조사인 시어(Ceer)모터도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시어는 독일 BMW에서 차량 개발 기술 등을 전수받고, 현지에서 설계·제조 및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목표다.

시어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와 3조원 규모 부품 계약을 맺기도 했다. 현대트랜시스가 그룹 외 비계열사와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처음이다. 2027년부터 시어에 전기차 핵심 부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사우디는 지난해 신차 84만대가 팔린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중동 전체 판매량(249만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4%에 달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동뿐 아니라 GCC(걸프협력회의), 북아프리카 지역을 아우르는 자동차 허브로 도약한다는 게 사우디의 목표다.

사우디 정부는 현재 1% 정도인 전기차 비율을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30%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2억 사우디리얄(약 1조1000억원) 규모였던 사우디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30년 180억 사우디리얄(약 6조7000억원)로 연평균 약 22.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