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의 첫 탐사 시추(지하에 구멍을 뚫어 석유·가스를 파악하는 과정) 대상이었던 '대왕고래'가 실패로 끝난 가운데,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의 지질 탐사 용역을 맡았던 미국 컨설팅업체 액트지오(ACT-GEO)는 "아직 탐사할 부분이 많이 남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액트지오 고문이 각종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방한 기자회견을 연 후 액트지오가 동해 가스전 사업과 관련해 견해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24일(현지 시각) 지구과학 전문 매거진 지오엑스프로(GeoExPro)는 '오래되지 않은 석유 구조 탐사엔 위험이 따른다'(Exploring young petroleum systems comes with risks)는 제목으로 대왕고래 구조 실패에 대한 분석을 소셜미디어(SNS) 링크드인에 공유했다. 동해 심해 가스전에서 탐사 시추가 진행됐지만, 석유·가스가 쌓인 근원암을 찾지 못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내용이다.
액트지오 공식 계정은 해당 게시글에 "울릉 분지는 천해, 심해 환경 전반에 걸쳐 다양한 유망성과 풍부한 탐사 대상 지역을 갖고 있다. 아직 지하의 불확실성이 많으므로 탐사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의견을 달았다.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21일 대왕고래 구조의 시추를 중단한다고 밝히자, 2차 시추 작업을 지지하기 위해 이런 의견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는 1차 시추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대왕고래 구조의 가스 포화도는 6.3%에 그쳐 예상치(50~70%)보다 크게 낮았고 열과 압력을 받아 형성된 '열적 기원 가스'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열적 기원 가스가 있으면 대규모 에너지원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액트지오는 포항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 배럴(1배럴은 158.9리터)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호주 기업 우드사이드는 같은 지역을 탐사하다가 2022년 철수한 바 있다. 석유공사는 액트지오와 용역 계약을 맺으며 총 295만달러(약 41억1500만원)를 지급했다.
액트지오는 본사 주소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한 가정집이고, 직원이 적어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석유공사와 계약할 땐 세금 체납으로 법인 자격이 일시 정지된 상태였다. 지금은 지질 교육·세미나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대왕고래 구조는 실패했지만,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은 진행 중이다. 동해 심해 가스전에는 총 7개의 유망 구조가 있는데, 명태·오징어 등 다른 6개 유망 구조에 대한 탐사는 해외 투자를 받아 진행한다. 2차 시추 사업 입찰에는 복수의 글로벌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