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의 네트워크 전반을 무력화하는 항공기 '전자전기'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사업을 두고 LIG넥스원(079550)과 대한항공(003490) 컨소시엄이 승기를 잡았다. 입찰 제안서 평가에서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과 한화시스템(272210) 컨소시엄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까지는 이의신청 절차가 남아 있는데, 이변이 없다면 LIG넥스원이 개발 총괄, 대한항공이 기체를 담당할 예정이다.
2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LIG넥스원 컨소시엄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지난주부터 각 업체의 전자전 장비 기술과 기체 통합 능력 등을 평가해왔다. 방사청은 제안서 평가 점수와 사유를 설명하는 디브리핑과 이의신청, 평가결과 검증 등을 거친 뒤 내달쯤 공식적으로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전자전기는 전투기보다 먼저 전장에 투입돼 기체에 부착된 각종 전자 장비로 적의 대공 레이더나 통신체계를 무력화하는 역할을 한다. 전자전(戰)으로 불리는 현대 전장에 꼭 필요한 무기 체계다. 군 당국은 전자전기 개발을 위해 2034년까지 1조9000억원(공고상 1조7775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업체가 설계부터 통합까지 담당하며, 외국산 민항기를 전자전기로 개조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번 전자전기 사업은 규모가 크고 업체 간 대외적인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돼 이목이 집중됐다. 전자전기를 자체 개발해 실전 운용하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에 불과해 전자전기 개발에 도전한다는 의미도 있다. 전자전기는 ▲적의 위협 신호 수집·분석 ▲적 통합방공망과 무선 통신체계 무력화 ▲아군 생존성 향상 등의 기능이 있어 전략자산으로 분류된다. 이탈리아와 일본 등도 아직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군은 현재 미군의 전자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기술이전도 제한된다. 방사청과 업체들은 미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산 전자전기의 전략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으로 두기 위해 최소 200㎞ 이상 전파방해 가능 거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강한 출력의 전파를 쏴 적을 교란하면서도 적군의 전자신호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송·수신 안테나 기술이 요구된다. 방사청도 이번 평가에서 전자전 장비를 유심히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LIG넥스원 측은 평가 과정에서 전자전 장비의 강점을 부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LIG넥스원은 국내 최초 전투기용 전자전장비(ALQ-200)를 시작으로 최근 항공 플랫폼 신호정보와 KF-21 통합 전자전장비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외에도 육군의 지상전술 전자전장비와 해군 함정용 전자전 장비(SONATA) 등도 개발했다. 특히 소나타는 2011년 아덴만 작전에서 해적의 레이더를 무력화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대한항공도 P-3C 해상초계기 성능 개량, 신형 정찰기 개발 사업인 '백두 1차'를 통해 키워 온 민항기 개조 역량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