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1500억파운드(약 282조원) 규모의 원자력 발전·인공지능(AI) 공동 투자에 나서며 원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금기시됐던 원전을 재가동했으며, 원전 비율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웨덴도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전 세계에 원전 바람이 불고 있지만, 이재명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며 신규 원전 건설은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AI·반도체·전기차 등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에너지 정책만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양자 회담 이후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과 영국은 원전 협력 강화를 위한 협정을 체결하고 양국의 안전성 평가를 상호 인정해 신규 원전 건설 허가 기간을 기존 3~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미국 소형 모듈 원전(SMR) 기업 엑스에너지는 영국 에너지 기업 센트리카와 영국 하트풀 지역에 최대 12기의 모듈형 원자로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영국 트라이택스·프랑스 전력공사(EDF·Électricité de France)·미국 홀텍은 노팅엄셔 옛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SMR을 활용한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엑스에너지의 'Xe-100' 주기기 모듈 단면.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원전 부활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동을 중단했던 오나가와 원전 2호기를 지난해 10월 13년 만에 재가동했다.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원전 발전 비율을 20%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간사이전력은 원전 부지 조사를 재개하며 14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에 착수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12월 플라망빌 원전 3호기를 가동했고 2035년까지 원전 6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표적인 탈원전 국가였던 스웨덴도 방향을 선회해 40년 만에 신규 원전 4기를 건설하기로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세계 원전 설비 용량이 2050년까지 2.6배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을 주제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국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아무리 커도 완공까지 10년이 걸리는 원전이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 조직 개편으로 원전 정책 업무를 맡게 된 환경부의 김성환 장관은 "원전 신설은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는 2038년까지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 1기를 건설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원전 업계와 학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이어 '탈원전 시즌2′가 펼쳐질 것으로 우려한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가 원전을 늘리고 있는데 한국이 과학적·실용적 접근을 외면한다면 원전 산업에서 고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