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한국 수출품이 미국에서 부과 받은 관세가 세계 6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에 비해 47배 늘어난 수치로 세계에서 가장 큰 증가 폭에 해당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1일 대미(對美) 수출 상위 10개국을 대상으로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 관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2분기 한국산(産) 제품에 부과된 관세가 총 33억달러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중국이 259억3000만달러로 1위를 기록했고, 멕시코(55억2000만달러), 일본(47억8000만달러), 독일(35억7000만달러), 베트남(33억4000만달러) 순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지난해 4분기 관세액과 비교하면 한국의 관세 증가액은 32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를 증가율로 환산하면 4614%로 10개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캐나다는 1850%, 멕시코는 1681%, 일본은 724%, 독일은 526%, 대만은 377%를 각각 기록했다.
한국은 지난 1분기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를 거의 부과 받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2분기부터 보편관세 10%와 자동차·부품, 철강·알루미늄 등에 고율의 품목별 관세를 적용하면서 대미 관세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부품이 19억달러로 전체 관세액의 57.5%를 차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부터 완성차, 5월부터 부품에 대해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관세 부과액을 수출액으로 나눈 실효 관세율은 2분기 기준 10%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39.5%), 일본(12.5%)에 이어 대미 수출 상위 10개국 중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미 수출액이 세계 8위인 점을 감안하면 수출 규모에 비해 관세 부담이 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15%의 상호관세 중 수출 기업이 4분의 1을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대미 수출의 3.75%를 관세로 부담하는 셈"이라며 "지난해 국내 제조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5.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가 우리 기업의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통상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힘든 시기인 만큼 기업 경영에 추가적인 부담을 초래하는 정책보다는 부담을 완화하고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