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화재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조선소에서 안전 관리 목적으로 설치된 폐쇄회로(CC)TV가 노사 대립의 쟁점 사안으로 떠올랐다. 국내 조선사는 작업장 내 CCTV 운영을 두고 수년간 노동조합과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18일 HD현대중공업(329180)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울산 조선소 관제센터에서 사측이 CCTV를 통해 파업 현장을 사찰하는 현장을 적발했다고 주장했다. 카메라가 백호선 노조지부장이 고공 농성을 벌이는 40m 높이의 턴오버 크레인(선박 구조물을 뒤집는 크레인)과 파업 현장을 집중적으로 비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CCTV는 조선소 전경을 비추도록 설치됐다. 관제 센터에서 보이는 화면으로는 개인이 누군지 특정할 수 없다. 노조 반대가 심해 추가 설치 논의조차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는 노사 합의를 거쳐 수백 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범죄 예방·시설 안전·화재 예방 등을 위해 작업장 외부, 조선소 전경, 출입문 근처 등을 비추고 있다. 작업장 내부를 비추는 카메라는 없다. 노조가 근태 관리, 근로자 감시 가능성을 이유로 CCTV 설치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CCTV 설치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직원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노사협의회도 거쳐야 한다.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도 같은 과정을 거쳐 각각 조선소에 수백 대의 CCTV를 운영하고 있다.
CCTV가 작업장 내부를 비추지 못해 안전 사고가 발생해도 상황 파악이 어렵다. 조선사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주변 근로자 증언에 의지하거나 다른 근로자가 사고 상황을 재연하며 원인을 추정한다.
한 조선소는 건조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드론 카메라를 띄울 때마다 노조 동의를 구한다. 매번 동의가 필요하고 근로자를 비춘다고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촬영을 멈춰야 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사내 홍보용 영상을 찍기 위해 지상에 고정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노조원들이 신고해 촬영을 접은 사례도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 관리 중요성이 커지면서 작업장 내 CCTV가 필요하지만, 노조 반발로 설치·운영 논의가 멈췄다"며 "스마트 조선소로 가기 위해서도 데이터 수집을 위해 CCTV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