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267250)가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의 환경 규제를 비롯한 해운 업계의 탄소 배출 규제와 친환경 에너지 수요 증가로 관련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가스텍 2025 전후로 노르웨이 DNV(Det Norske Veritas)·영국 로이드(Lloyd's Register) 등 글로벌 선급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개념 승인(AiP)을 받았다. 모두 36건에 이른다. 선급이란 선박의 안정성과 관련 규칙을 정하고 이런 규칙이 적용됐는지 검사하는 기관이다.
HD현대중공업(329180)은 6만m³급 액화 이산화탄소(LCO₂) 운반선 설계를 위해 DNV와 MOU를 맺었다. 지난 4월 2만2000m³급의 LCO₂ 운반선을 진수하며 이미 세계 최대 규모 기록을 갖고 있으나 포집 및 저장(CCS·Carbon Capture & Storage) 시장이 성장하는 것에 맞춰 더 큰 선박 개발에 나서는 것이다.
영국 조선·해운 전문 분석 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면 전 세계에서 2050년까지 연간 6기가톤(GT·1GT은 10억톤) 이상의 탄소를 포집·저장해야 한다. 이 중 약 20%가 해상으로 운송될 전망인데, 이를 고려하면 2500척가량의 LCO₂ 운반선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은 풍력 보조 추진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설계와 육상 수소 공급용 부유식 암모니아 분해 장치(FACU) 설계도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개념 승인을 받았다.
HD현대미포(010620)는 DNV로부터 중형급 암모니아 이중 연료 추진 가스 운반선 설계에 대한 개념 승인을 획득했다. 개념 승인은 상용화 단계로 가기 위한 인증으로, 국제 규정과 선박 기준에 적합성을 인증받는 단계다.
HD현대가 탈탄소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환경 규제 등으로 친환경 조선·해운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업체에 따르면 친환경 해운 기술 시장은 지난해 223억달러(약 31조원)에서 2032년 1407억달러(약 195조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친환경 선박의 신조 시장 점유율도 늘고 있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신조 발주(CGT 기준) 가운데 38%를 차지한 친환경 선박 비율은 올해 47%로 증가했다. 클락슨 리서치는 2031년부터는 매년 150조원 이상의 친환경 선박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HD현대 관계자는 "해운 업계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은 필수가 됐다"며 "신뢰성을 갖춘 혁신 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