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관세, 3500억달러(약 488조원) 규모 투자 펀드 조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 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첫 실무 협의가 17일 진행된다. 마스가는 한국 조선사가 미국에서 배를 만드는 협력 사업이다.

15일 방산업계와 군 당국 등에 따르면 방위사업청(방사청) 과장급 실무진들은 미 동부 시각으로 16일 워싱턴 D.C에서 미 해군성과 첫 협의에 나선다. 앞서 한미 당국은 번스-톨레프슨법(Byrnes-Tollefson Act) 등 자국 조선업 보호와 관련된 법안을 개정해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한미 양국이 장애물로 꼽힌 규제 완화 작업을 시작하는 셈이다. 석종건 방사청장도 동행해 미 해군성 고위급 관계자를 만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 조선소./HD현대중공업 제공

방사청과 미 해군성 협의는 한국 측이 여러 건조 방식을 제안하고 한미 실무진이 현행법에 따른 제약을 검토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번스-톨레프슨법 등의 규제를 피할 방법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환석 방사청 차장은 지난 6일 미 해군성을 방문해 한국 조선사가 '블록 모듈(선박의 일부)'을 한국에서 생산해 납품하면 미국 측이 현지 조선소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외에도 한국에서 선체만 조립해 미국 내에서 장비를 장착하는 방안 등도 거론됐다.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 사업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조선업계는 미 해군 함정 2척의 MRO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현재 한화오션(042660)HD현대중공업(329180)이 각각 1척씩 MRO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군수 지원함이나 보급함이었는데, 전투함 MRO로 확대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번스-톨레프슨법에 따라 미 군함의 건조·수리는 미국 안에서 해야 한다.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뉴스1

조선업계는 한미 협력이 전투함과 잠수함 분야로도 확대되길 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스가 프로젝트에 잠수함 MRO는 포함돼 있지 않다. 잠수함과 전투함, 구축함 등으로 확대돼야 한국 이익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조선업뿐만 아니라 잠수함 분야도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잠수함 전력이 급부상한 상황에서 신형 잠수함 건조와 MRO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 미 의회 보고서를 인용해 미 해군 잠수함의 정비 지연을 언급했다. WSJ는 "미 공격 잠수함 16척이 정비창에 있거나 가동이 중단돼, 함대의 67%만 작전 수행이 가능한 상태"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