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기동(정제 구리) 생산을 감축하면서 가격 인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동을 생산하는 국가로 전체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전기동 공급이 줄면서 국내 동 제련 업체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가전 등 수요 업체는 원가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11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구리 가격은 1톤(t)당 9823달러(약 1365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가격 대비 7.4% 높은 수준이다. 올해 동 가격은 지난 6월 1만115달러로 고점을 찍고 9553달러까지 내렸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수입 동 관세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전기동 생산국의 감산 발표가 이어지며 구리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일본 JX금속은 과도한 동 제·정련 수수료(T/RC)로 이윤이 축소됐다면서 수만t의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중국이 금속 가공업체 대상 세금 환급을 중단하면서 중국 제련소들도 감산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 지방 정부는 지난 4월 도입된 역송장 제도에 대한 지원책으로 금속 가공업체에 세금을 환급해주기로 했다. 역송장 제도는 구리 스크랩 과세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구리 스크랩 거래액의 3% 이상을 세금으로 거두고 지방 정부가 이를 환급해주면서 기업의 수익성을 보전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환급 조치를 금지하면서 구리 스크랩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고 중국 동 제련 업체들이 감산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연간 9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제련소 5곳의 정기 보수가 겹치면서 전체 생산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SMM과 BMI는 이달 중국 제련소 가동률이 전월 대비 8.3%포인트(P) 하락해 59.9%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동 생산량 역시 4~5% 감소할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동 수요가 높아지는 9~10월 사이 동 가격이 t당 1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광해공업공단은 "중국 정부의 구리 스크랩 공급 제한 정책과 일본의 생산 감축 등이 가격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동 가격이 높아지면 동정광을 제련해 판매하는 LS MNM과 고려아연(010130)의 수익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만큼 제품 가격을 높여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력 인프라 산업도 판매 가격에 원가 인상분을 반영하면 매출액이 늘어난다.
다만 구리 가격 인상을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산업군은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 구리선을 사용하는 가전 업계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소비자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 배터리·전기 모터 등에 구리를 사용하는 완성차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