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아들 이지호씨가 다음 달 해군 장교로 입대한다. 재계 서열 2위인 SK(034730)그룹 최태원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도 지난 2014년 해군 장교로 입대한 바 있다. 이씨는 이달 15일 139기 해군사관후보생(OCS·Officer Candidate School)으로 입대한다. 복수 국적자인 이씨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11주의 교육 훈련을 거쳐 오는 12월 1일 해군 소위 통역장교로 임관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아들 이지호 씨. /이지호 씨 SNS

지난 3~4월 육군과 공군의 학사 장교도 모집 공고가 있었다. 육군·공군·해군 사관후보생은 국내 및 해외 4년제 대학 졸업 및 예정자라면 지원이 가능한데, 이 중 해군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지난 3월 지원서를 접수한 뒤 4월 19일 국어·영어·수학으로 구성된 1차 필기시험을 치렀고 면접·체력검사 등 2차 시험을 거쳐 지난달 7일 최종 합격 소식을 접했다.

이씨는 최 회장 차녀 최민정씨의 후배가 된다. 최씨는 2014년 이씨와 같은 해군사관학보생(139기)으로 자원 입대해 소위로 임관한 뒤 청해부대 충무공이순신함에 승선해 6개월간 소말리아 아덴만 파병 근무를 수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의 해군장교 임관식./중계화면 캡처

이 씨는 사생활 노출 부담이 적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어 해군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해군의 시작은 영국의 왕립 해군(Royal Navy)으로 유럽 사교계에서는 해군 장교를 높게 평가한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1856년 창업주 앙드레 오스카르 발렌베리부터 시작해 5대에 걸쳐 경영에 참여한 주요 인물이 해군 장교로 복무하는 전통이 있다.

해군은 외국 해군과의 합동 훈련·파병 기회가 많아 국제적 경험을 쌓고 영어를 쓸 기회도 많다. 항해·해양공학·기계·전자 관련 기술을 배울 수 있고 육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방 근무 부담이 적다.

주로 배에서 생활해 사생활 노출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또 잠수함과 함정은 여러 사람과의 협동으로 움직이기에 규율과 조직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동계 훈련 중인 해군 학군단에 출장 바베큐를 보냈다. /HD현대 제공

일부 재벌가는 사업의 특성과 가문의 전통을 이어받아 군종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한화(000880)HD현대(267250)가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088350) 사장은 공군 사관후보생 출신이다. 김 회장의 동생 김호연 빙그레(005180) 회장도 공군 장교로 전역했다.

HD현대가는 학군사관(ROTC·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과 관련이 깊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은 부자(父子) ROTC로 육군 장교로 근무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 동계 입영 훈련을 마친 해군 ROTC 후보생들에게 300인분 바비큐 특식을 지원하는 등 ROTC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