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예정된 신규 원전 건설에 잇따라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자 원전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조직 개편으로 원전 수출은 기존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고 국내 정책은 신설되는 기후환경부로 나뉘는 점도 원전 수출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을 건설하는 데 최하 15년이 걸리고, 지을 곳도 없다. 지금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은 기술 개발이 안 됐고 당장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로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 그 전력을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시스템이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원전을 짓는 데는 최소 15년이 걸린다. 원전 건설이 가능한 부지가 있고 안전성이 확보되면 하겠지만, 원전(을) 30기 넘게 짓는 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난 정부에서 발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2024~2038년 적용)에는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신규로 건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올해 계획되는 12차 전기본에 원전 신규 건설이 빠지거나 축소되면 원전 업계는 일감이 줄어들게 된다.

앞서 김 장관도 지난 9일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 "건설 여부는 국민 공론을 거쳐 판단하자는 의견이 있어 그 논의 결과를 12차 전기본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원전 업계는 이 대통령이 강조한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라고 본다. 태양광 발전은 낮에만 생산이 가능하고 날씨로 인한 변동성이 크다. 원전은 24시간 안정적으로 대규모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신재생 에너지 건설은 빠르지만, 발전 단가가 원전의 5배이고 송·배전망 투자금까지 포함하면 10배가 돼 전기 요금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원전 건설이 15년 걸린다고 하는데 15년 후에 미래 세대가 전기를 안정적으로 값싸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15년 후를 내다봐야 한다"고 했다.

원전 업계가 가장 걱정스러워하는 부분은 전기본 수정이다. 만약 신규 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 원전 수출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 당시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던 말이 '위험하다는 원전을 왜 우리한테는 팔려고 하느냐'였다"며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는 것인데, 사실상 탈원전 시즌2가 현실화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