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329180) 노동조합의 쟁의 행위가 길어지고 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아직 체결되지 못한 데다 HD현대미포와의 합병, 싱가포르 투자 전문 계열사 설립 등이 발표되면서 논의 사항은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의 단체교섭 역시 결렬되면서 하청 노조의 파업 위험도 커졌다. 노조의 파업은 HD현대가 미국과 함께 추진하는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 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3일 울산 본사 조선소에서 집회하고 있다./연합뉴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가 HD현대 GRC센터에서 진행하는 천막 농성이 64일을 넘겼다. 천막 농성은 지난 7월 노사 간 교섭이 결렬되면서 노동위원회 제소 끝에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부분 파업도 벌여오고 있다. 지난 9일부터 오는 12일까지는 7시간 파업을 진행하고 12일에는 HD현대 GRC센터에서 상경 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다. 노조의 파업은 지난 7월 11일 이후 열 번째다.

노조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정년 연장·성과급 산출 기준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급 13만3000원 인상·격려금 520만원 지급을 골자로 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이 때문에 요구안 관철을 주장하면서 24차례나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HD현대중공업이 HD현대미포와의 합병을 발표하자 강제 전환 배치 등 고용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며 사측에 합병 세부 자료 제공과 '고용안정협약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의 싱가포르 투자 회사 설립에 대해서도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사 간 대화가 길어지는 사이 사내하청지회의 파업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진행되던 사내하청업체 6개사의 단체교섭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하청지회의 단체교섭 요구는 올해 조선업 호황기에도 일부 부문에서 임금 삭감 요구가 나오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됐다. 지난 5월 태영엔지니어링이 단체교섭을 시작하면서 9년 만에 교섭이 진행됐으나 단체협약을 맺는 데 실패했다.

사내하청지회는 사측의 교섭 해태로 협상에 진척이 생기지 않는다며 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다. 이들은 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대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쟁의권을 얻어낸 뒤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노조 파업이 길어지면 MASGA 프로젝트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는 회사와 구성원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라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미래를 위해 노사가 대화를 통해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