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제조업·건설업·요양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인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사업주는 저렴한 인건비와 탄력적인 인력 조정 등을 이유로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는데, 단속 위주보다는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의 정책을 찾아봐야 합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법 체류자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만 강화하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상당수 불법 체류자는 한국에 오래 머물러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한국 문화에 익숙해 이들을 선호하는 고용주들이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 이후 인력 수요·공급의 미스매치(불일치)가 심해졌고,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외국 인력의 필요성은 늘어나고 있다"며 시범 지역을 선정해 불법 체류자의 부분 합법화를 시험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불법 체류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 체류자가 많은 특정 지역이나 공단을 중심으로 시범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김도균 제주 한라대 특임교수는 단속·자진 신고·합법화 등 여러 단계로 정책을 설계해야 부작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 체류자 합법화나 외국인 이민 정책의 시작은 국민 공감대 형성과 상·중·하층으로 구성된 촘촘한 정책 설계"라며 "이민 정책의 변화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정책 성과를 분석해 국민과 국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법 체류자 문제는)법무부나 고용노동부뿐만 아니라 모든 부처와 국회, 시민단체 등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올해 1월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불법 체류 외국인은 39만40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체류자의 약 20%에 달한다. 체류 외국인 5명 중 1명은 불법 체류자라는 의미다. 법무부는 2023년부터 '불법 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시행하면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고령화 국가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2072년 한국의 총인구는 3622만명으로 전망된다. 이 중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22년 3674만 명에서 2072년 1680만 명으로 줄어든다.
고기복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불법 체류자 관리를 강화하고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미국식의 개인 납세자 식별번호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미국처럼 불법 체류자에게도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식별번호를 부여해야 한다"며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산업계에 인력을 공급하고 정부는 세수와 관련 통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인구 소멸 지역에 비자를 내주는 등 일부 출입국 업무가 지자체로 이관되는 경향이 있는데, 인구 소멸 지역에 불법 체류자 합법화 권한을 이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준성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는 불법 체류자 수요가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해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된다고 했다. 한 교수는 "한국에 장기 거주하고 가족을 일군 미등록 이주민(불법 체류자)도 그 수가 적지 않다"며 "이들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익숙한 숙련 근로자인데, 이들에 대해서는 합당한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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