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17일 외국인고용법(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과 함께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다. 그사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60만명을 넘어섰고, 외국인 취업자도 작년 기준 100만명을 돌파했다. 불법 체류자를 포함하면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약 150만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외국 인력에 대한 국내 산업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인구가 감소하는 구조적인 변화에 따라 고용허가제도 전면 개편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인력 수급 시스템에서 벗어나 외국인과 공존할 수 있는 정주(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삶)형 제도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성희 고려대 교수는 "고용허가제는 인력 수급 목적일 뿐 외국인과 공존할 수 없는 정책이었다. 이제는 호혜성을 높여야 한다. 허용 업종은 보수적으로 유지하면서 들어오는 외국인에게 영주권까지 가는 통로를 마련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원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는 일하는 외국인들의 취업 비자 비율이 작다. 이미 들어와 있는 결혼 이민자 등 정주 이민자를 노동시장으로 먼저 흡수하고 그래도 인력을 못 구하는 분야는 고용허가제로 보완하는 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주들도 숙련된 인력이 떠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화진 전 고용노동부 차관은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비전문 인력 비자와 다른 비자의 연계(전환)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를 전반적으로 좀 흔들어서 손보는 리셔플링(reshuffling·재구성)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포괄적인 지원 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 외국 인력의 영주권 문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해보자는 의견도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외국 인력이 정주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 있다. 다만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을 고려하면 원천 차단하기보다는 소득이나 한국어 등 기준을 만들어 기회는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독일·스웨덴·덴마크는 (외국인에 대한 문호를) 너무 확 열어서 문제가 됐고, 한국도 중국인 비율이 높은 건설 쪽은 심각하다. 정치적으로 복잡한 문제지만, 그래도 영주권을 향한 통로를 어느 정도는 열어둘 필요는 있다"고 했다.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을 일부 완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용허가제 비자를 받고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는 사업장을 변경하는 게 까다롭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우리나라 고용허가제는 알선 과정이 투명해 UN에서 상까지 받은 제도"라면서도 "고용 연장과 사업장 변경 권한이 사업주에게 있어 이 주종 관계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피 업종이나 외곽에 있는 기업은 사업장 변경 제한을 완화하면 인력 확보가 어려워질 것을 걱정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인력 확보가) 어려운 고용주도 있겠지만, 근로자가 일하고 싶도록 기업을 발전시키는 게 맞는 방향"이라며 "정말 살려야 하는 업종과 기업이라면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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