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와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 근로자 300여 명이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되면서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이 가시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 근로자 임금이 한국보다 높고 현지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9일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근로자의 주당 중간 임금은 1194달러(약 165만원)로 집계됐다. 연간으로는 6만2088달러(약 8616만원) 수준이다. 교육 수준별로 보면 고등학교 졸업자의 주당 중간 임금은 953달러(약 132만원)로 연간 4만9556달러(약 6870만원), 학사 학위 소지자의 주당 중간 임금은 1603달러(약 222만원)로 연간 8만3356달러(약 1억1556만원)다.
이번에 문제가 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州)의 주당 중간 임금은 1304달러(180만원)로 연간으로 계산하면 6만7808달러(9400만원)다.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8월 기준 한국 임금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312만8000원(연간 3753만60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조지아주 근로자 임금은 한국보다 2.5배 높다.
높은 임금은 감수한다고 해도 일할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 강화로 건설 인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미국건설업협회(AGC) 조사에 따르면 건설업자의 92%는 자격을 갖춘 인력을 충원하는 게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이민자는 미국 노동력의 약 20%를 차지하고 건설 노동자의 경우 약 30%를 이민자가 채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현지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딜로이트와 제조업 연구소(The Manufacturing Institute)는 미국 내 숙련 노동자 부족으로 2030년까지 21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역시 '2025년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서 "미국 제조업 부문에서만 2033년까지 최대 380만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할 수 있지만, 제조업체들이 제조업의 매력을 높이고 기술 격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일자리의 거의 절반이 채워지지 않을 위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국 내 배터리 전문 인력 양성 역시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각)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인력이 없다면 해당 분야의 숙련된 인력을 불러들여 일정 기간 머물게 하고 우리 인력을 훈련시켜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되면 미국에 갈 한국 전문 인력의 비자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 양성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고 해당 전문가가 교육을 받은 한국 기업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결국 미국인을 채용하라는 것인데 미국 제조업이 무너진 데다 배터리 공장 등 대규모 공장은 외곽 지역에 있기에 전문 인력을 뽑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력 이동이 쉽게 이뤄지는 미국 노동 환경에서 미국인을 교육시키라는 것은 기술을 이전하라는 소리나 다름없다"며 "미국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