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가 벌어지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국 출장을 자제하고 현지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내부 점검에 들어갔다. 미국 이민 당국은 불법 체류자 단속을 위해 지난 4일(현지 시각) 조지아주 현대차(005380)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한국인 300여명을 구금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김기수 LG에너지솔루션(373220) 최고인사책임자(CHO)는 7일 오전 조지아주 현장 대응을 위해 출국했다. 임직원들은 고객 미팅 등을 제외한 미국 출장이 전면 중단됐고, 현재 출장자는 업무 현황 등을 고려해 즉시 귀국하고 숙소에서 대기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비슷한 형태로 미국에 신규 공장을 구축 중인 배터리 업계는 출장 인원 및 계획, 비자 문제를 점검하고 있다. SK온은 현대차와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조지아주에 합작 공장을 짓고 있고, 삼성SDI(006400)는 인디애나주 스텔란티스와 합작 2공장 가동을 앞둔 상황이다.
SK온과 삼성SDI는 비자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별도의 출장 금지 또는 귀국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다만 단기 상용 비자(B1/B2)를 발급받은 경우 출장 목적이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그간 미국에 투자를 늘리고 공장을 건설해 온 국내 기업 대부분은 단기 상용 비자나 90일 단기 관광 및 출장 시 비자를 면제해 주는 전자여행허가(ESTA)를 통해 인력을 파견해 왔다. 전문 인력 수급이 시급한 데 주재원 비자, 전문직 취업 비자 등은 발급 기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발급이 거절되는 경우도 많다.
현대차(005380)그룹은 당분간 미국 출장을 보류하고 미국 법인은 협력업체 고용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번 주 미국 출장자를 대상으로 필수적인 경우가 아니면 보류 검토를 권고하고, 긴급·필수 출장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출장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반도체 및 전자 업계도 내부 점검에 나섰다. SK하이닉스(000660)는 인디애나주 반도체 패키징 공장 착공을 준비 중인 단계로 아직 대규모 인력 파견은 진행하지 않았지만, 직원들에 비자 발급 관련 안내를 공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005930)는 현지 직원들의 비자 등 체류 형태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전사 출장 시스템에 비자 발급 시 유의점을 공지했다. ESTA를 활용한 출장 중 취지에 맞지 않는 일정 운영으로 입국이 거절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2주 체류 기간을 준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LG전자(066570)는 테네시주 가전공장 등은 정상 가동되고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로 미국 출장 중인 임직원을 상대로 귀국 조치 또는 숙소 대기 등을 안내했다. CJ제일제당(097950) 등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식품·뷰티 기업도 현지 근무 인원을 점검했다.
정부는 이날 단속 대상이 된 현대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해 대미 투자 기업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비자 체계 점검에 들어갔다. 미국 투자 프로젝트 현장 운영과 관련해 현지 인력 운용 현황을 확인하고 비자 확보에 대한 건의 사항 등을 수렴했다.
정부는 업계 의견을 토대로 미국 측과 비자 신설, 기존 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하는 방안 등을 협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