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근로자들 체포 구금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향후 미국 내 우리 국민의 안전과 기업의 원만한 경영 활동을 위해 비자 쿼터 확보 등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자 쿼터는 한국인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별도의 취업비자(E-4)를 신설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멕시코·캐나다(무제한), 싱가포르(5400명), 호주(1만500명) 등과는 국가별 연간 전문직 비자 발급 쿼터를 할당하고 있다. 한국은 FTA 체결국임에도 쿼터가 없어 전문직 취업(H-1B)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H-1B 비자를 받은 한국인은 수년째 2000명 내외에 그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대한상의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주말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 체포 구금 사태가 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사흘 만에 석방 교섭이 타결된 데 대해 경제계를 대표가 감사드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이민당국은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을 기습 단속했다. 이번 단속으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을 포함해 475명이 체포 및 구금됐다. 상당수 한국 직원들은 회의 참석이나 계약 등을 위한 단기 상용 (B1, B2) 비자, 무비자인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이용해 현지에서 일을 하다가 단속 대상이 됐다.
이날 간담회는 본격적인 정기국회 입법 논의를 앞두고 경제계와 민주당 간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민주당에선 정청래 대표를 비롯해 이언주 최고위원, 한정애 정책위 의장, 유동수 정책위 수석부의장 등이 참석했다. 경제계에서는 최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수펙스커뮤니케이션위원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최근 우리나라의 성장 정체가 오래갈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수출 중심의 성장 전략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으로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하고, 기업이 성장할수록 보상은 줄고 부담이 커지는 현 제도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시로 정책 제안도 하고, 연말에 (제안을) 한꺼번에 모아서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 간담회에서 경제계는 미국의 관세 부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협상에 따른 산업 지원 방안을 비롯해 2차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등과 관련해 정치권의 입법조치에 대한 우려와 보완 조치를 요구했다. 과도한 경제형벌에 대한 합리화 방안도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