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신축 아파트 건설이 줄면서 국내 엘리베이터 업계가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프리미엄 단지를 잡기 위해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업체는 외국계 엘리베이터를 선호하는 서울 강남권을 잡기 위해 로봇 연동 서비스로 차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7일 엘리베이터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는 한강을 따라 재건축·재개발이 추진 중인 서울 이촌동과 반포·신반포, 압구정동, 대치동, 잠실 등이다. 이 지역들은 재건축·재개발이 완료되면 지역 시세를 주도하는 프리미엄 단지로 부상할 만한 곳들이다. 최근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 계획안이 가결되면서 엘리베이터 업계는 이곳을 비롯한 주요 단지를 대상으로 영업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강남·서초구의 핵심 단지들은 현대엘리베이터(017800)와 외국계 엘리베이터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강남권 지역에서 사용승인일 10년 이내·500가구 이상·전용 84㎡ 시세 20억원 이상인 27개 아파트 단지의 엘리베이터는 현대엘리베이터·미쓰비시·TK엘리베이터가 삼등분한 상황이다. 현대엘리베이터 13개·미쓰비시가 7개·티센크루프 6개·후지텍 1개 단지 등이다.
미쓰비시는 유독 강남권 점유율이 높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설치된 4만8884대의 엘리베이터 중 미쓰비시의 점유율은 3.9%(1871대)였다. 37.4%(1만8269대)로 점유율 1위인 현대엘리베이터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강남 프리미엄 단지에서는 점유율이 25%가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산 엘리베이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 업체와 일본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첨단화로 승부수를 던졌다. 아파트가 고급화·첨단화되는 경향에 맞춰 최신 기술을 접목한 엘리베이터를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을 연동해 부품의 교체 주기나 이상 신호를 분석하는 유지 관리 서비스 미리(MIRI)와 승강기-로봇 연동 기술이 담긴 자율주행 로봇 배달 서비스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현재 국내 병원·호텔·아파트 등 20여 곳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해외 엘리베이터 업체들은 아직 이런 서비스를 국내에 들여오진 않았다.
모듈러 엘리베이터 기술 개발도 끝난 상태다. 모듈러 엘리베이터란 부품의 70% 이상을 공장에서 생산한 뒤 현장에서 설치·마감만 하는 승강기를 말한다. 조립식 장난감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설치할 수 있어 공사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야 인테리어 등 본격적인 후공정이 시작되는데, 기존보다 빠른 엘리베이터 설치로 입주 시기까지 앞당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