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검사 양성인 사람을 고용지원센터에서 알선받은 적도 있어요. 2~3개월 기다려서 채용했고 이미 일주일 넘게 일하고 있었는데 양성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시 수개월 기다릴 생각을 하니 답답하더라고요."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녹산산단)의 한 선박 부품 제조업체 임원 이모(67)씨는 "본국에서 한 마약 검사 결과가 한국에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나온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범죄자는 최소한 걸러져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범죄 경력이 있으면 입국이 되지 않고, 마약 검사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사업주 편의를 위해 입국 후 취업교육 시 건강검진 기관에서 마약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일하는 도중 마약 결과가 나오면 강제 출국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약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고용 알선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늘고 미국이 아시아 지역 강제 노동 실태 조사를 강화하면서 외국 인력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불법 체류자 수요가 줄지 않는 이유는 합법적으로 들어오는 외국 인력이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어 능력 시험은 대리로 볼 수 있고, 일하기 어려운 몸 상태인데도 이를 속이고 한국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새로 뽑은 외국인 근로자의 팔·다리가 부러진 상태인 것을 출근 이틀 만에 알게 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다쳤는데 일단 입국하려고 숨긴 것이었다. 일을 해야 하는데 팔·다리가 부러진 게 말이 되느냐"며 "정부가 고용 허가제로 들여오는 인력이라면 최소한의 검증은 돼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근로자는 바로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새 인력을 고용하기까지 2~3개월이 걸렸다.
사업주는 외국 인력을 고용하기 전에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받는데, 정보의 신뢰성은 낮은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조업체 대표는 "사람을 뽑았는데, 다른 사람이 온 것 같아 물어보니 사진이 잘못된 거였다. 산업인력공단에 항의하니 담당 직원도 '현지에 가봤는데 검증 없이 돈만 주면 다 올리더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정보는 믿을 수가 없어서 우리끼리는 운에 맡기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 명이 필요해도 넉넉하게 3명을 뽑아서 일을 시키며 고른다. 넉넉하게 뽑아도 3명 중 2명은 어차피 떠난다"고 했다.
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는 사업주에게 출신 국가·나이·시력·사진·혼인 여부·학력·구직 업종·희망 임금·구직 유효기간·한국어 시험 점수·경력·훈련·자격증·교육·면접 동영상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용주들은 정보가 공란(空欄)인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A씨는 실제 근로자를 선택할 때 나타나는 화면을 보여주며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선택할 경우 사진도 없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비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보를 허위로 입력해도 걸러낼 방법이 사실상 없다. 청주시 상당구에서 15년 넘게 한식집을 운영 중인 안모(65)씨는 "식당 경력이 몇 년 있다고 해서 뽑았는데, 경험이 전혀 없었다. 경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다른 직원을 뽑았을 것"이라며 "잘못된 정보는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한 제조업체 임원은 "경력은 기대도 안 한다. 중요한 건 성실성인데 관상 보고 뽑아서 운에 맡기는 수준"이라며 "학력이나 근속 연수를 넣어주면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조금 더 검증된 경력과 정보를 제공하도록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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