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제공하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이번 달 30일부터 폐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구매 시 지급했던 세액 공제를 조기에 폐지하는 법안에 지난 7월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최대 7500달러까지 세액 공제로 제공하던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지면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현대차(005380), 기아(000270)뿐 아니라 한국 배터리 업체의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미국 국세청 자료를 분석하면 오는 30일까지 미국에서 구매하는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중에서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차종은 8월 29일 기준 29개다. 테슬라 10종 외에 현대차 2종(아이오닉5, 아이오닉9), 기아 2종(EV6, EV9)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한 전기차 충전소./연합뉴스

한국 주요 배터리 3사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SK온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인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는 전기차 중 캐딜락의 리릭(LYRIQ)·옵틱(OPTIQ)·비스틱(VISTIQ), 쉐보레 블레이저 EV(Blazer EV)·이쿼녹스 EV(Equinox EV)·실버라도 EV(Silverado EV), 지엠씨(GMC)의 시에라 EV(Sierra EV)는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세액 공제를 받는 자동차 중 유일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크라이슬러의 퍼시피카 PHEV(Pacifica PHEV)는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를 하기 이전인 2016년 LG화학(051910)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듀얼모터, 사이버트럭 롱 레인지, 사이버트럭 싱글모터에도 일본 파나소닉과 함께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의 모델3 롱 레인지 사륜구동, 모델3 롱 레인지 후륜구동, 모델3 퍼포먼스에는 파나소닉, 중국 CATL은 물론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장착된다.

이 외에도 테슬라의 모델Y 장거리 사륜구동 모델·모델Y 롱 레인지 후륜구동 모델에도 LG에너지솔루션·파나소닉·CATL이 배터리를 공급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세액 공제로 7500달러를 받을 수 있는 자동차 목록./ 미국 국세청 홈페이지 캡처

SK온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현대차 아이오닉5·아이오닉9는 현재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30일부터 보조금이 없어진다. 기아 EV6·EV9도 마찬가지다. 포드 F-15 라이트닝 역시 SK온이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한국 배터리 산업의 위기 진단과 극복 전략' 보고서에서 "전기차 보조금 역할을 하던 세액 공제가 없어지면 전기차 구매 가격이 올라 전기차는 물론 배터리 수요도 위축될 것"이라며 "전기차 외에 에너지 저장 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 드론, 휴머노이드 로봇과 같은 곳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대규모 감세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에 서명했다. OBBBA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시행된 청정에너지 및 전기차 보조금을 조기에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전기차 신차 구매시 적용되던 보조금 혜택이 당초 보장했던 2032년보다 7년 가량 앞당겨졌고 중고 전기차 구매 시 지급하던 대당 4000달러의 세액공제도 이달 30일부로 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