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인간형 로봇) 육성 전략을 공개하면서 로봇용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로봇용 배터리에는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주력으로 해 온 삼원계(NCM·니켈, 코발트, 망간을 양극재 소재로 사용) 배터리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아 배터리 업황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몸과 비슷한 형태를 가진 로봇으로 배터리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달리기·물건 잡기·앉기·계단 오르내리기처럼 다양한 동작을 하려면 전력을 꾸준히 공급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수의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비교하면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배터리를 탑재할 공간이 한정적"이라며 "LFP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가 로봇에는 더 용이하다"고 말했다. LFP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지만, 에너지 밀도가 약하고 NCM 배터리는 그 반대다.
지난 4월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 21대가 참가한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티앙궁 울트라(Tiangong Ultra)' 로봇은 약 2시간 40분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는데, 세 차례에 걸쳐 배터리를 교체했다. 해당 로봇의 키는 180㎝, 몸무게는 55㎏이었다.
배터리 업계는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1~2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노동자를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8시간 근무하는 동안 4번 이상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SK온 등 국내 대형 배터리 3사는 로봇 업체와 협업을 시작했다. 삼성SDI는 지난 2월 현대차(005380)와 고성능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후 삼성SDI는 현대차의 서비스 로봇인 '달이(DAL-e)'와 '모베드(MobED)'에 탑재된 차세대 배터리를 공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베어로보틱스의 서비스 및 산업용 로봇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베어로보틱스는 LG전자(066570)가 지난해 3월 지분 21%를 취득한 데 이어 올해 1월 추가로 지분 30%를 확보하며 경영권을 확보한 미국의 상업용 자율주행 로봇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뛰어다니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등 순간적인 고출력이 필요하다. LFP보다 고급형인 삼원계 배터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한국 배터리 업체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