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950년대 이후 약 70년 만에 자국 내에서 핵연료(농축우라늄) 생산을 시작하고 원자력 발전소 공급망 복원 컨소시엄(Consortium)을 신설하는 등 원전 부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규 원전 허가는 18개월 내에 끝내고 원전의 설계 인증 기간도 최대 40년으로 연장하는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책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2050년까지 원전 100기를 짓겠다는 '원전 르네상스' 정책을 발표했다. 우선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짓는 데 사업비만 750억달러(약 100조원)로 추산된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설계 역량이 뛰어나지만 시공 능력은 부족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034020), 현대건설(000720) 등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28일 원전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 25일(현지 시각) 국방물자생산법(DPA)을 근거로 핵연료 산업의 강화를 위해 필요한 미국 내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모이는 '핵연료 공급망 컨소시엄' 설립을 관보에 게재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원전 복원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다. DOE 산하인 컨소시엄은 미국의 기업·단체·개인이 참여할 수 있다. 이들은 향후 미국의 원전 정책 결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이 컨소시엄을 만드는 이유는 전 세계 원전 핵연료 시장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비율이 8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핵연료의 30%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미국은 2028년 이후 러시아산 핵연료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으로, 자국과 동맹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 진영의 원전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컨소시엄에는 핵연료와 관련한 우라늄 광물 채굴·제분부터 변환, 농축, 재활용 및 재처리까지 핵연료와 관련된 모든 사업의 이해 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다. 컨소시엄에는 웨스팅하우스·센트루스·오클로·테라파워·엑스에너지 등 주요 원전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소시엄의 첫 회의는 올해 10월 14일로 정해졌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원전 규제 철폐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NRC)는 지난 25일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원자로에 대한 설계 인증을 2046년 2월까지 연장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설계 인증 유효 기간이 15년에서 40년으로 대폭 늘어난 결과다.
또 미국은 빠른 원전 건설을 위해 신규 원전의 허가 여부를 18개월 이내로 결정하기로 했다. 한국도 신규 원전 신청 이후 24개월 이내에 건설 허가를 결정해야 하는 규정이 있지만, 대부분 이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 가장 최근 허가가 난 신한울 3·4호기는 신청 후 건설 허가가 나오기까지 8년 8개월이 걸렸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이 원전 복원과 관련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이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회원 기업과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