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민간 주도 정지궤도 기상위성 '천리안위성 5호' 개발 사업에서 탈락한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기상청장과 한국기상산업기술원장을 상대로 "천리안위성 5호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KAI는 LIG넥스원(079550)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해왔다. 평가위원 자격이나 평가 방식 등을 두고 나왔던 잡음은 법원 판단이 나온 뒤에야 사그라들 전망이다.

2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지난달 2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할 재판부는 행정7부(재판장 고철민 판사)로, 첫 기일은 다음 달 11일로 잡혔다.

천리안위성 5호 상상도./국가기상위성센터 홈페이지 캡처

천리안위성 5호는 2031년 발사를 목표로 추진되는 한국의 세 번째 기상위성이다. 현재 기상위성 역할을 하는 천리안위성 2A호의 임무를 승계한다. 사업은 시스템 및 본체 개발, 기상 탑재체, 우주기상 탑재체 개발 등 3갈래로 진행되며 올해부터 7년간 총 6008억원이 투입된다. 앞서 발사됐던 위성들과 달리 처음으로 민간 기업이 개발을 주도한다.

KAI가 문제를 제기한 사업은 시스템 및 본체 개발 분야다. KAI는 평가 방식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평가기관이 시스템 및 본체 개발 성격에 맞지 않는 실적까지 신청 자격으로 인정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기상 탑재체나 우주기상 탑재체 사업의 신청 자격은 해당 사업과 관련된 기술 분야 실적으로 한정돼 있다. 반면 시스템 및 본체 개발 사업에선 부분체나 탑재체 납품·개발 실적도 신청 자격으로 인정됐다. 해당 사업만 참가 자격을 위성 전 분야로 완화한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KAI의 주장이다.

KAI는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KAI와 LIG넥스원 간 위성 개발 인력이나 시설, 장비의 차이가 큰데도 LIG넥스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KAI는 지난 32년간 차세대 중형 위성이나 군 정찰위성·다목적 실용위성 등을 개발하며 인력과 시설, 자체 시험 장비를 확보했다. LIG넥스원은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시스템·본체 분야 채용을 시작했다.

KAI는 이해충돌 논란도 제기했다. 이 사업의 평가위원 중 일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퇴직자로 과거 천리안위성 2A호 개발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이번 사업은 필요시 항우연의 천리안위성 2A호 기술을 이전받는 구조다. 항우연 지침상 기술료 보상금은 퇴직·사망한 경우에도 지급된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항우연 퇴직자들이 기술료 보상금 수급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평가위원에 포함된 건 잘못됐다는 것이다. LIG넥스원은 기술료를 제시했지만, KAI는 이미 선행 사업을 통해 확보한 기술이 있어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한국군의 군사정찰위성 2호기. /뉴스1

다만 과거에도 소송으로 사업자가 바뀐 적은 없었던 만큼 이번 소송으로 결과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KAI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 과정이 불명확하다는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정해진 규정을 준수해 입찰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KAI가 이의제기를 했을 때 LIG넥스원은 "다목적실용위성 6호의 고성능 영상 레이더 탑재체, 초소형 위성 체계 사업 등에 참여한 실적이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LIG넥스원은 최근 위성 체계 시험시설 건설을 끝냈으며 개소식을 준비하고 있다.

기상청은 "천리안위성 5호 사업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등 관련된 법률과 규정에 맞게 공모과정과 평가가 진행됐다"며 "본 소송에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