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로 구조조정을 앞둔 석유화학 업계가 사업자 및 쟁의 범위를 확대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첫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교섭 대상인 사업자 범위를 '근로 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 범위는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으로 넓혔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석유화학 업계는 연말까지 사업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인데, 법 시행 전에 사업 개편을 마무리하기는 어려워 노란봉투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화학 기업 10개사는 지난 20일 연간 나프타분해설비(NCC·Naphta Cracking Center) 생산 규모를 18~25% 줄이기로 하고 연말까지 기업별로 사업 재편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석유화학 업계의 개편안을 보고 지원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업 재편안을 준비 중인 석유화학 업계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쟁의 행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존에는 파업 등 쟁의 행위의 범위가 임금·근로 시간 등이었으나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정리 해고, 해외 사업장 이전 등도 쟁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쟁의 범위가 넓어진 것으로 경영 전반에 영향이 있다. 현재 석유화학 업계는 보릿고개인데 넘어야 할 고개가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하청업체 노동자의 반발도 넘어야 한다. 노란봉투법이 사용자 범위를 '근로 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 결정하는 자'로 규정하면서 하청업체 등 간접 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은 원청에 속한 하청업체 수가 많다.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원청 직원은 전환 배치라도 할 수 있지만, 하청은 손을 댈 수 없어 파업과 소송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의 석유화학 담당자는 "노란봉투법이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어렵게 만들면서 노조의 파업 부담이 줄었다"며 "업체 입장에선 안 그래도 적자인데 파업까지 벌어지면 직장 폐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 폐쇄는 사용자가 노동 쟁의에 대항하기 위해 공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