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교섭 상대방인 사용자 범위와 파업의 대상을 확대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CJ대한통운(000120)·한진(002320)·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물류 업체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물류 업계는 물류 업체와 대리점이 하도급 계약을 맺고, 대리점은 배송 기사와 계약을 맺는 구조다. 배송 기사가 속한 택배노조는 그동안 물류 업체와 직접 교섭을 시도했으나 물류 업체는 교섭 대상이 아니라며 거부해왔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 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 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해, 이 법이 시행되면 배송 기사가 CJ대한통운 등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노조의 숙원이 풀리는 것으로 물류 업체에는 큰 부담이 된다.
노란봉투법은 쟁의의 대상을 '근로 조건 결정'에서 '근로 조건의 결정과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하고,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과도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대리점에 소속된 배송 기사들이 물류 업체의 대리점 계약 해지 등을 이유로 쟁의행위를 벌일 가능성이 생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송 기사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은 대리점과의 관계가 있어 쟁의 행위의 효용성이 낮았으나, 원청과 직접 교섭으로 요구 사항을 쟁취할 가능성이 커졌기에 파업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이) 산업 생태계 자체를 파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 노조가 집단 행동에 나서면 유통업체는 물론 수많은 개인 사업자도 피해를 보게 된다. 하이트진로(000080)는 2022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맥주 출고가 평소의 30% 수준으로 급감한 바 있다. 당시 회사는 손해가 28억원에 이른다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일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SPC도 2021년 화물연대가 노동 조건 개선과 노조 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48일간 운송을 거부해 손해가 발생했다면서 3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당시 화물연대 파업으로 전국 3400여 개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제대로 팔지 못해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한 물류업체 임원은 "노란봉투법이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면서 전체 직고용까지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며 "리스크(위험)가 무한정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송 기사들의 노란봉투법상 지위가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라며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