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인재를 판별하는 단일한 기준은 없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등장했다. 세상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혁신의 물결에 가속도가 더해지면서 학위, 근무 기간, 이전 직위 등 전통적인 잣대는 변별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전에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사고하고 배우며 발전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미래학자이자 변호사이기도 한 니콜 스코블-윌리엄스(Nicole Scoble-Williams)는 세계 최대 회계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에서 일의 미래(Future of Work)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기술혁신과 인간 중심의 접근 방식을 결합해 미래 업무 환경을 더욱 인간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기업은 사람(직원)이 움직이는 속도만큼만 움직일 수 있다"며 "모두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경쟁 환경이 평등해진 시대에 인간의 능력이 진정한 차별 요인일 수밖에 없다"는 말로 현재 진행 중인 기술 인재 전쟁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상황에 대해서는 '업무에 열의를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5%에 불과한 반면,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93%에 달한 딜로이트 설문 조사를 인용해 다소 어둡게 조명했다. 전통적인 조직 구조와 빠르게, 꾸준히 변하는 근로자의 기대치 사이에 간극이 크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니콜 스코블-윌리엄스 딜로이트 글로벌 일의 미래(Future of Work) 리더 - 호주 멜버른대 소프트웨어공학·범죄학, 그리피스대 유전상담학 석사, 시드니대 법학전문대학원

스포츠나 연예계 슈퍼스타 수준 몸값이 오가는 사상 초유의 테크 인재 전쟁,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기업은 사람(직원)이 움직이는 속도만큼만 움직일 수 있다. 모두가 AI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경쟁 환경이 평등해진 시대에 인간의 능력이 진정한 차별 요인일 수밖에 없다. AI라는 도구는 대중화됐지만 그걸 사용하는 인간의 능력은 여전히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AI가 업무 시스템 전체를 혁신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수준 높은 기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지금의 경쟁은 과도하다고 볼 수도 없을 것 같다. 인재는 변화·혁신·성장을 이끌어가는 엔진이다. 치열한 확보 경쟁은 인재가 단순히 비즈니스 전략의 촉매가 아니라 전략 그 자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대가 바뀌면 인재를 판별하는 기준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최고의 인재를 판별하는 단일한 기준은 없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등장했다. 세상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혁신의 물결에 가속도가 더해지면서 학위, 근무 기간, 이전 직위 등 전통적인 잣대는 변별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전에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사고하고 배우며 발전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미래를 만들어갈 특급 인재는 어떤 부분의 능력이 남다르다고 볼 수 있을까.

"크게 다섯 가지다. 우선은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이다. 끊임없이 배우고, 배운 것을 비우고(unlearn), 새롭게 다시 배우는 능력을 포함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는 AI 활용 능력이다. 지시어(prompt)를 잘 구성하고, 결과를 치밀하게 분석하며, 성능과 오류 등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다른 분야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협력하고 설득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다음으로 역동적인 환경에서 스스로를 이끌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회복력·적응력·추진력이 필수다. 마지막으로 판단력, 공감 능력, 윤리 감각을 바탕으로 맥락을 이해하고, 다른 이와 교류하며, 알고리즘을 신뢰해선 안 될 상황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 아시아·태평양 본사 내부. /블룸버그

기업이 기술 인재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변하지 않는 건 가속화(acceleration)뿐인 세상에서 생존을 넘어 번영하려면 인력 관리 시스템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단순히 채용을 늘리거나 급여를 더 많이 지급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유연하고 창의적이며 지속적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간과 기술 역량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미 보유한 인재와 앞으로 고용할 인재를 통해 기하급수적 가치 상승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기업이 아니라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이 기술 인재 전쟁의 승자가 될 것이다."

쉼 없이 진화하는 새로운 기술 분야에서 적합한 인재를 찾는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최고의 인재를 찾는 건 어떤 종목에 출전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올림픽 대회 참가자를 선발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특정 분야의 재능이 아니라 마음가짐, 규율, 직업 윤리, 열정 그리고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어떤 상황에서도 탁월하고자 하는 의욕이 성공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확보한 인재를 금방 떠나보내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인재를 유치하는 것과 계속 보유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두 가지를 위한 전략이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건 기업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다. 딜로이트의 최근 조사를 보면, 젊은이는 일과 삶의 균형, 학습과 발전의 기회, 높은 급여 또는 금전적 혜택을 근무 기업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같은 조사에서 주된 퇴사 이유는 과도한 업무량이나 압박으로 인한 번아웃, 학습 및 발전 기회 부족, 승진 기회 부족이었다. 젊은 인재는 잠재력을 보고 기업을 선택하지만, 그 잠재력이 실현되지 않으면 미련 없이 떠난다."

그러면 어떡해야 하나.

"예를 들어 직원가치제안(EVP·Employee Value Proposition)에 목표 의식과 유연성, 자기 계발이 등장하는데, 실제 회사 분위기는 정반대라면 실망하고 떠나는 직원이 늘어날 것이다. 비중 있게 언급하는 가치는 반드시 실현해야 신뢰가 쌓인다. 직원에 대한 지원은 개별적인 상황과 필요에 따라 다르게 이뤄져야 한다. 26세 청년과 자녀를 키우는 42세 학부모의 필요가 같을 수는 없지 않겠나. 사내 커리어에 대한 생각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천편일률적인 온라인 강좌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미 있는 업무, 적절한 업무량 그리고 정신적 건강은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의미 있고 자기 주도적인 업무 환경에서 퇴사율은 낮게 유지된다."

EVP는 회사가 잠재적 구성원에게 선택되기 위해 경쟁사와 차별적인 가치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를 정의한 개념이다. 기업마다 세부적인 사안은 다르지만 보통 물질적인 보상에 더해 성장 기회를 지원하고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한국 기업이 인재 유치를 위한 여건을 잘 갖추고 있다고 보는지.

"상황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딜로이트 조사에서 '업무에 열의를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5%에 불과했다. Z 세대(1997~2010년생)와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 근로자의 다수는 관리자가 되는 걸 꺼리고 있다.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93%에 달했다. 이런 신호는 전통적인 조직 구조와 빠르게, 꾸준히 변하는 근로자의 기대치 사이에 간극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필요한 변화는 자명하다."

그게 뭔가.

"자율성·열망·적응력 등 지금의 인재가 실제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반영하도록 EVP를 재정립해야 한다. 전통적인 EVP의 초점은 급여, 복리 후생, 승진 등이다. 하지만 AI가 주도하는 세상에서 인재는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이 조직은 내가 계속해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줄까? 내 성장과 복지를 위해 힘을 실어줄까? 여기서 내가 중요하게 여겨질까? 이 같은 질문에 긍정 답변을 끌어낼 수 있는 기업이 인재의 호감과 신뢰를 얻을 것이다. 최고의 인재는 단순히 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더 '나은' 것을 원한다. 더 나은 기업 문화, 더 나은 목적, 더 나은 성장 등. 기업이 단순히 고용주 역할에서 벗어나 인재가 머물고 성장하며 미래를 이끌어가는 자석으로 변모하려면 그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