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제도가 불법 체류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집계하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 이탈률은 0%대까지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에서는 이탈률 통계가 고용주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발적 신고로 집계되는 데다, 계약 기간을 다 채우고 잠적하는 외국인은 통계에서 제외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입국한 외국인 계절 근로자는 총 5만6697명이다. 이 중 사업장을 이탈한 외국인 계절 근로자는 108명으로, 전체의 0.2%에 불과하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는 농·어업의 계절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을 최장 8개월까지 고용할 수 있는 제도로 이 기간에는 계약된 농가에서만 일할 수 있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 이탈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던 2021년에는 외국인 1850명이 계절 근로자 비자(E-8)를 받아 입국해 316명(17.1%)이 이탈했다. 하지만 2022년엔 이탈률이 9.6%로 떨어졌고 2023년에는 2.8%, 작년엔 1.6%로 급감했다.
이탈률 통계는 고용주와 지자체 신고로 만든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 이탈이 발생하면 고용주는 관할 법무부 출입국사무소나 지자체에 신고한다. 이후 해당 외국인의 출국 여부 등을 확인하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나 출입국사무소 등 공공 게시판을 통해 복귀를 요청한다. 15일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으면 이탈자로 분류한다.
그러나 고용주와 지자체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 신고를 할 유인이 없어 '0%대 이탈률'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주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이탈했다고 신고하면 임금을 체불하지 않은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폭행·폭력 등 고용주 귀책 사유가 없었는지 관련 조사도 받을 수 있다. 고용주 귀책 사유가 있으면 이탈자 한 명당 5점의 벌점을 받는데, 20점이 넘으면 1년간 외국인 계절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다.
고용했던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이탈한 한 농장주는 "(계절 근로자가 다시 돌아오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주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이탈률이 높아지면 불이익을 받는다. 법무부가 발간한 '2025년도 외국인 계절 근로자 프로그램 기본 계획'에 따르면 이탈률이 높은 지자체일수록 다음 해 외국인 계절 근로자를 적게 배정받는다.
또 특정 지역에서 온 외국인 계절 근로자 중 20% 이상이 이탈하면 해당 지역에서 온 계절 근로자에 대해서는 1년간 비자 발급이 제한된다. 70% 이상 이탈하면 비자 발급 제한은 3년까지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지자체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를 데려올 다른 외국 지자체를 찾아야 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고용주가 신고하지 않으면 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이탈 여부를 알 수 없다. 외국 지자체와 협정을 맺고 들어온 계절 근로자는 출국까지 관리하지만, 결혼 이민자 초청으로 들어온 계절 근로자는 소재 여부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계절 근로자가 최장 8개월인 계약 기간을 다 채우면 본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불법 체류자로 남아도 이탈자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고기복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정부나 지자체의 통일된 통계도 없는 데다, 자체적으로 하는 통계도 믿기 어렵다"며 "실태조사 결과가 안 좋으면 담당 공무원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탈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외국인 계절 근로자에게 출석을 요구하고 출입국 기록과 친인척을 확인하는 등 종합적으로 조사한다. 현재 통계는 현실을 비교적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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