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 SM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인 우기원 SM하이플러스 대표가 개인 회사인 나진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SM그룹은 우 회장이 7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승계 시계가 빨라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우 대표가 그룹 경영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8일 SM그룹에 따르면 우 대표는 지분 100% 보유한 나진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사내이사직도 내려놓았다. 나진의 새 대표이사는 구군모 우방 기술본부장이 맡았다. SM그룹은 나진이 대구 지역 부동산 개발 사업을 위해 그룹 계열 건설사인 우방의 임원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

나진은 최근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재계에선 나진의 몸집이 커지면 우 대표가 이를 활용해 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라나 삼라마이다스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주사 격인 회사의 지분을 확보하면 그룹 경영권을 쥐게 된다.

나진은 지난 5월 대구 북구 복현동 골든프라자를 143억원에 낙찰받은 것을 시작으로 서울 광진구·경기 파주·경북 경주 등지에 토지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했다. 금액으로는 모두 202억원 규모다.

법정관리 중인 씨앤에이치의 인수에도 참여하고 있다. 씨앤에이치는 여신전문금융업으로 시작해 호텔·수입차 판매·자동차 렌털·외식 프랜차이즈 등을 영위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기준 자산 규모는 2000억원에 달한다. 나진이 부동산 거래와 씨앤에이치 인수를 마무리하면 15억원에 불과한 자산 규모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그래픽=손민균

SM그룹은 계열사들이 순환출자(A→B→C→A 식의 연결 고리를 통해 기업을 지배하는 구조)로 돼 있어 단기간에 지배 구조를 정리하는 건 쉽지 않다. 업계는 제조·건설·해운·미디어 서비스·레저 등 그룹의 5대 사업 부문 중 핵심 회사의 지분을 많이 가진 삼라와 삼라마이다스를 중심으로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 대표는 삼라와 삼라마이다스 지분을 각각 2.43%, 25.99%씩 갖고 있다.

삼라마이다스는 작년 말 기준 그룹 전체 자산총계 17조790억원 가운데 45%(7조6810억원)를 차지하는 SM상선의 지분 41.4%를 가진 최대 주주다. 삼라 역시 SM상선 지분 29.09%를 갖고 있다.

이 밖에도 삼라마이다스는 SM벡셀(에스엠벡셀(010580))·우방·동아건설산업·SM인더스트리·국일제지 등에 지분을 갖고 있다. 삼라 역시 우방·남선알미늄·동아건설산업·SM스틸·SM신용정보·SM인더스트리·SM자산개발 등 다수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M그룹 관계자는 "나진의 사업 확장은 승계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것"이라며 "승계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고, 우 대표의 그룹 내 직책에도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