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군은 올해 외국인 계절 근로자 720명을 배정받았다. 도입 첫해인 2016년 29명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25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양구군청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관리하는 공무원은 지난해까지 한 명에 불과했고 올해 한 명이 더 늘었다.

충남 청양군도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지난해 400명에서 올해 700명으로 늘었는데, 담당 공무원은 여전히 두 명이다. 전북 고창군청은 지난 2022년 농촌인력팀을 신설해 현재 11명까지 담당 인원을 늘렸으나 올해 들어오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3000명에 달해 한 명당 관리 인원은 여전히 300명에 육박한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이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뉴스1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필요성과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이들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지역 농협의 인력은 거의 변화가 없어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가 자체 인력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관리할 수 없다 보니 브로커(중개인)에 의존하게 되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브로커 영향력이 커지면서 불법 행위가 발생하는 것이다.

법무부 운영 지침을 보면 외국인 계절 근로자를 배정받은 지자체는 고용주의 작업 시기를 고려해 입국 일정을 수립하고, 계절 근로자에게 검역 및 위생 반입 금지 품목을 안내해야 한다. 산재보험 신청 준비와 계절 근로자 명의 임금 통장 발급 준비 등에 관한 사항도 고용주들에게 미리 안내한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입국하면 공항에서 계절 근로자를 인솔하는 것도 지자체 몫이다. 지자체는 보험과 임금 통장 발급 신청 등 행정 절차를 대리해야 하고 마약 검사 및 고용주와 계절 근로자를 대상으로 각종 교육 등을 실시해야 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입국 직후 등록부터 출국 시 수송까지 모든 것을 (지자체가) 도와줘야 하는데, 지금 인력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 관리 인력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소통이 안 되다 보니 브로커들이 통역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외국인 전문 인력을 육성해야 하지만, 2~3년마다 담당자가 바뀌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김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은 "(공공형 계절 근로자 관리 주체인) 지역 농협 역시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한 전문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외국인 관리가 소홀하다 보니 브로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강원도 양구군에서 근무하던 필리핀 계절 근로자들은 농민에게 받아야 할 임금 약 20억원을 브로커가 중간에서 가로챘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기도 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 계절 근로자 통장 개설 등은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들이 비용을 받고 도와주고 있다. 이들이 계절 근로자를 적절히 도와주고 있지만, 지켜볼 공무원이 적다 보니 불법 활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브로커가 개입할 여지가 없도록 계절 근로자를 국가 대 국가 간 계약으로 진행하거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전문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센터장은 "지자체의 부담 등을 고려하면 별도의 전문 기관이 외국인 계절 근로자 사업을 맡는 게 합리적"이라며 "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생활 인프라(기반 시설)부터 언어 교육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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