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011200)의 SK해운 인수가 무산되면서 조선업계가 선박 발주를 기대하고 있다. HMM은 23조5000억원 규모의 '2030 중장기 투자 전략'을 통해 선대(船隊·배의 무리)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MM은 2030년까지 건화물선과 탱커(Tanker·유조선)를 포함해 벌크선 66척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재화중량톤수(DWT·Deadweight tonnage) 기준 622만DWT로, 금액으로는 약 33억달러(약 4조5764억원) 규모다.

부산 강서구 현대부산신항만(HPNT)에 정박해 있는 '알헤시라스호'. /뉴스1

HMM은 2030 중장기 전략의 원활한 달성을 위해 SK해운의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사업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를 인수하려고 했다. HMM은 앞서 LNG 사업부를 매각하며 합의한 경업 금지에 따라 2029년까지 LNG 사업을 할 수 없다.

SK해운은 작년 말 기준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23척, 액화석유가스(LPG·Liquefied Petroleum Gas) 운반선 14척, 벌크선 10척, 벙커링선 7척 등을 갖고 있다. 인수가 이뤄졌다면 HMM은 선박 수 기준으로 목표치의 82%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측이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SK해운 인수가 불발됐고 HMM은 중고선 인수·용선·신조 등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밖에 없게 됐다.

올해 탱커·벌크·LPG 운반선 발주가 대폭 감소한 상태라 국내 조선사는 신규 발주를 기대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 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탱커·벌크·LPG 운반선 규모는 6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Compensated Gross Tonnage)로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233만CGT로 50% 감소한 것보다 감소 폭이 크다.

국적 선사인 HMM은 중국 선박 비율을 낮게 유지하고 있어 신규 발주 시 국내 조선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선사의 중국 선박 보유 비율은 25% 이상인데 HMM의 중국 선박 비율은 1.1%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고 벌크선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만, HMM이 신조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