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5일(현지 시각)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미군 기지에서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향방을 놓고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사업 확장이 힘겨운 상황에서 휴전 또는 종전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재건 사업이 시작되면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한 기업 관계자는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 등이 풀리면서 원유 가격이 하락해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를 볼 수 있고, 건설업은 물론 에너지 관련 기업도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기에 이번 회담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지난 2월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 정부·세계은행·유엔이 공동으로 발표한 '4차 신속 피해 및 수요 평가 보고서(RDNA4)'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우크라이나 재건과 복구에는 총 5240억 달러(약 725조원)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세계 각국의 지원을 받아 주택·교육·보건·에너지·교통·지뢰 제거 등 우선 분야 지원에 73억7000만달러를 배정했다. 하지만 복구 및 재건을 위한 재정 부족액만 99억6000만달러로 민간 부문 참여가 필요하다.

RDNA4 세부 내용을 보면 재건 및 복구 수요는 주택 부문(약 840억 달러)이 가장 많고 운송 부문(약 780억 달러)이 그다음이다. 에너지 및 채굴 부문(약 680억 달러), 상업 및 산업 부문(640억 달러 이상), 농업 부문(550억 달러 이상)도 재건 수요가 높은 분야다. 이에 우크라이나 재건이 본격화하면 철강·전력·건설업계는 직·간접인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은 이라크 재건 사업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 2004~2008년 무렵 현대건설(000720)대우건설(047040)은 이라크 쿠르드 지역의 도로·교량·하수처리 시설을 복구하고 병원과 학교를 건설했다. 효성중공업(298040)은 바그다드와 바스라 지역에 변압기와 전력 설비를 공급했다. 2010년대에는 한화(000880)가 이라크 비스마야 지역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GS건설(006360)은 카르발라 지역에 정유공장을 건설했다.

우크라이나가 재정난을 겪고 있고 정치 부패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사업 참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화 건설 부문은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를 2012년 시작했으나 이라크 정부가 대금 지급을 미루면서 수천억 원의 미수금이 발생해 2022년 공사를 포기하고 철수하면서 손실을 보기도 했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유럽 등 서방 국가의 지원이 중단되면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디폴트 위험으로 재건 사업을 추진할 재원 등 여력이 없다"며 "재원 확보가 확실하고 수익이 가능한 사업에만 관심을 두되, 독자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기보다 국제기구나 서방 주요국의 보증을 받을 수 있는 분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